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정치 >

GOP '총기 난사' 초동 대응부터 검거까지 '軍 총체적 부실'

최초 사건 발생 2시간 지나서야 '진도개 하나' 발령 '늑장 대응'
軍, 신출 귀몰 임 병장 행적 쫒는데만 급급
관심 사병 관리 부실 실태도 도마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2014-06-23 10:39 송고 | 2014-06-25 18:02 최종수정
23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마을에서 무장 탈영병 임모 병장을 검거하기 위해 매복작전을 벌이던 군병력들이 철수하고 있다.강원도 고성 22사단 GOP에서 총기를 난사한 후 무장탈영한 임모 병장(23)은 이날 오후 2시55분께 군 병력과 대치하던 중 자살을 시도했다. 2014.6.23/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인 임 모 병장(23)이 생포된 가운데 이번 사건에 대한 군 당국의 대응을 둘러싸고 비판이 거세다.
최초 사고 발생 직후 초동대응부터 검거, 사상자 처리, 검거 작전 등 일련의 과정에서 부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임 병장은 23일 오후 2시 55분께 군 추적팀과 대치 중 자살을 시도한 뒤 생포돼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건 발생 43시간이 지나서야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 최초 사건 발생 2시간 지나서야 '진돗개 하나' 발령
임 병장은 지난 21일 오후 8시 15분께 GOP내 후방 보급로 삼거리에서 전우들에 수튜탄 1발을 투척하고 K2소총으로 사격을 가한 뒤 무장 탈영했다.

그러나 22사단이 최고 수준의 비상태세인 '진도개 하나'를 발령한 시점은 같은날 밤 10시 12분께. 최초 사건 발생 2시간이나 지나서야 대응에 나선 셈이다.

언론에 사고가 접수된 것은 이보다도 늦은 밤 10시 40여분께로 주민들은 이때까지조차 임 병장의 탈영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보고 역시 늑장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사건 발생 2시간 후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임 병장 생포 직후 이같은 지적에 대해 "규정 상 탈영병 발생 상황에서는 진도개 하나에 준하는 조치를 하라고 되어 있다"며 "원래 규정에는 발령을 안해도 되나 무장탈영 상황이기에 주민 피해를 막기 위해 추가 조치 차원에서 발령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임 병장이 실탄 60여발과 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해명은 석연치 않아 보인다.

◇ 신출 귀몰 임병장, 탈영 18시간만에 10km 이동

사건 발생 후 약 43여시간 동안 이어진 임 병장에 대한 검거 작전도 도마에 올랐다.

임 병장은 동료들을 살해하고 탈영한 지 약 18시간 만인 다음날 오후 2시 17분께 탈영 부대에서 10km 떨어진 고성 제진검문소 부근까지 도주했다. 제진검문소 북쪽 300m 지점 숲 속에 은신하고 있던 그는 2시 23분께는 군 수색팀과 한 차례 총격전을 벌여 소대장 1명의 팔에 총상을 입혔다.

숲속에 은신한 임 병장은 날이 어두워지자 대담하게 군 포위망 돌파까지 시도했다.

그는 밤 11시께에는 군 차단선 30m까지 접근했다. 추적팀은 수하(암구호)를 했으나 그가 불응하자 10여발을 대응 사격했다.

사라진 임 병장이 다시 추적팀과 접촉한 것은 23일 오전 8시 30분께 전날 밤 대치 장소에서 1km 가량 떨어진 지점이었다.

특히 군 수색팀은 이 때 체포조끼리 오인 사격을 가해 진 모 상병이 오른쪽 관자놀이를 스치는 부상을 당하는 아찔한 상황까지 이어졌다.

군 당국은 완벽한 차단망 구축을 자신했지만 사실상 임 병장의 행적을 쫒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 'A급 관심사병' 임 병장, B급 한달만에 GOP투입...'화 자초'

임 병장은 부대 전입 직후인 작년 4월 인성검사에서 A급 관심 병사로 분류됐다. 그는 같은해 11월 2차 검사에서 B급 판정을 받은지 채 한달도 안돼 GOP 근무에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관심사병은 A, B, C급으로 분류되며 A급 관심사병은 자살 징후까지 나타나는 특별관리 대상 병사로 통상 GOP 근무가 제한된다. 현재 전군의 A급 관심병사는 1만 7000여명으로 전체의 3.6%에 해당된다.

B급 관심사병의 경우 지휘관이 검토해 GOP투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고자(임 병장)가 내성적 성격으로 판단됐으나 근무하면서 지속적인 조치로 인해 성격이 밝아진 측면이 있다고 판단돼 2013년 11월 B급 판정이 내려진 뒤 적절한 관리 하에 12월 (GOP에) 근무 시킨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군이 사실상 화를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임 병장을 GOP에서 근무하기 적절치 않은 인원으로 분류해 타부대 전보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GOP근무의 특성상 해당 병사의 갑작스런 심경변화가 곧바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일괄적인 인성검사 및 지휘관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A급 관심사병' 전력 병사의 GOP배치가 적절하냐는 비판이다.

이 사건은 우리 군에 적지 않은 관심사병이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관심사병 관리와 치유에 우리 군이 치밀하고도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긴 셈이다.

◇초유의 사건, 병영문화에 대한 절저한 진단과 대책 절실

전문가들은 "총기 난사 사건이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 처럼 총기 난사 사건을 벌인 뒤 무장탈영한 뒤 추적팀과 총격전을 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총격전은 민간인들이 살고 있는 마을인근에서 진행됐다. 또한 총기 난사로 부상 당한 병사들이 4시간여 만에 구조되는 군 응급의료 체계의 부실도 드러났다.

군의 사후 대처의 문제점, 관심사병 관리 부실, 부실한 군 응급 의료체제 등만으로도 병영문화 전반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철저한 진단에 따른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baeba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