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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일해 커피 1잔도 못사먹어" 바리스타의 그늘

바리스타 시급 5500원인데 커피 1잔 7000원...대부분 비정규직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 2014-06-18 23:39 송고
© News1 박지혜 기자

# 4년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31세 김모씨는 스타벅스에서 1년6개월간 근무하다 2년전 커피숍을 차렸다. 첫 달은 250만원의 수익을 거뒀지만 매달 수익이 줄더니 최근에는 적자로 돌아섰다. 창업자금 6000만원을 건지기는 커녕 당장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 28세 장모씨는 2년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서울 홍대 근처 카페에서 6개월간 일하다 최근 그만뒀다. 서빙하는 아르바이트 학생과 똑같이 시간당 5500원을 받고 하루 4시간 근무하다보니 한달 수익이 6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바리스타로 돈을 벌어 개인 커피숍을 차리려는 장씨의 꿈은 부질없는 환상이었다.

스타벅스에 이어 할리스가 고급커피의 대중화를 표방하며 커피값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의 처우는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할리스가 고급커피를 합리 적인 가격에 제공하겠다며 지난 17일 '할리스커피클럽'를 오픈했지만 이곳 커피 1잔 가격은 7000원으로 대부분의 바리스타 시급보다 비싸다. 바리스타가 1시간 일한 돈으로 커피 1잔 사먹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이 됐다.

이유가 뭘까. 동네커피숍보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바리스타가 아르바이트생으로 전락한 영향이 가장 크다. 커피전문점 가맹점주들이 바리스타를 전문직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매년 고용노동부가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카페베네 등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바리스타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정규직이 되는 경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미래를 꿈꾸기는 커녕 고용 불안 속에 생계를 걱정하는 바리스타들이 늘고 있다.

동네커피숍을 운영하는 김모씨(31)는 "미국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아닌 동네커피숍이 커피시장을 주도해 나가면서 전문 바리스타의 영역이 확고하다"며 "하지만 한국은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등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주류를 이루면서 바리스타는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 취급을 받고 있다. 바리스타로 돈을 벌거나 직업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구조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이들은 12만명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피전문점은 1만9000여개로 이 가운데 대기업 커피전문점은 5000개, 동네커피숍은 1만4000개다. 매장당 대기업은 10명, 동네커피숍은 3명의 바리스타가 고용돼 있다고 보면 12만명으로 추산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바리스타의 평균 연봉은 15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국내 한 대기업 커피전문점에서 정규직으로 고용된 부점장의 연봉은 2500만원으로 업계 최고다. 비정규직의 연봉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라는 통계를 반영하면 대부분의 바리스타 연봉은 1300만원 안팎이다. 국내 커피시장은 인스턴트 커피로 점철되는 '제1의물결'을 지나 에스프레소전문점이 보급화되는 '제2의물결'에서 고급커피가 대중화되는 '제3의물결'을 맞이하고 있지만 바리스타의 현실은 20년전과 달라진 게 없다.

업계 관계자는 "바리스타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대기업 커피전문점들이 바리스타 처우개선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는데 이런 인식이 전혀 없다"며 "국내 커피시장이 질적으로 성장하고 스타벅스처럼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바리스타를 전문직으로 육성하려는 정부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고 강조했다.


l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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