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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논의 본격화…전문가들 "국내도입 글쎄"

방통위, '2014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컨퍼런스' 개최
전문가들 "'잊혀질 권리' 사회적 합의 쉽지 않을 듯"
공인의 과거세탁 악용, 해외포털과의 불균형 등 지적돼

(서울=뉴스1) 김현아 기자 | 2014-06-16 08:13 송고

온라인 공간에 게재된 개인정보에 대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잊혀질 권리'의 국내 법제화에 대해 '권리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보다 '과거세탁'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16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 그랜드볼룸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개최된 '2014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컨퍼런스'에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잊혀질 권리'의 국내 법제화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적 제도를 마련해 '잊혀질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제한적인 범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력과 비용문제를 고려해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도 개인정보 정정과 삭제 요청권이 있는만큼 그 범위를 확대한 '잊혀질 권리'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황성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단장은 "이용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잊혀질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표현의 자유와 '잊혀질 권리'가 어떻게 충돌하는지, 국내법 도입 문제, 기술적 구현 가능성 등 논의 분야가 다양한데 사회적 합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황 단장은 사회적 합의를 위해 4가지 원칙을 가져야 한다며 △오프라인 정보와의 균형 고려 △인터넷을 하나의 문화로 인식 △프라이버시에 관계된 정보로 한정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한 속도 조절 등을 제시했다. 이어 "앞으로 '잊혀질 권리'가 도입된다면 공정하고 투명한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며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자율적인 제도와 더불어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직 변호사는 "'잊혀질 권리'에 해당하는 정보는 사적정보의 민감성은 가지지만 사생활 침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적법한 행위는 끝까지 적법한 행위이지 시간이 흘러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서 위법한 행위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에 개인정보가 게재될 당시 합법적으로 기록됐다면 시간이나 상황 변화로 인해 애초의 게재 행위가 '위법'한 것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잊혀질 권리'를 도입하더라도 여러 제한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복제나 퍼나르기는 인터넷의 자연스러운 특성이므로 '잊혀질 권리'의 대상은 아니며 법인이 아닌 개인에게만 '잊혀질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 굉장히 제한적인 범위에서 표현의 자유, 알 권리, 사생활 보호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며, '잊혀질 권리' 행사 시 심의 및 삭제 과정에서 시스템, 인력, 비용 등이 소요되는 만큼 사전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고 나서야 '잊혀질 권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이 변호사의 의견이다.

포털사이트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김태열 고객인프라팀 팀장은 이날 토론에서 현행 정보통신망법으로도 충분히 '잊혀질 권리'가 인정되고 있다며 확대된 범위의 '잊혀질 권리' 도입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김 팀장은 "정보통신망법 등 현행 법을 통해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이 확인되면 해당 글이 삭제되고 있어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이용자 보장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며 "'잊혀질 권리' 도입 시 이용자들의 삭제 요청을 판단하는 데 있어 인력, 비용 문제가 발생해 더 많은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망자의 경우 비실명으로 웹사이트에 가입한 경우 유가족이 사망증명서를 제출하더라도 사업자 입장에서 망자와 동일인인지 알 수 없어 '잊혀질 권리'가 인정되고 있지 않아 유가족의 고통이 크다"며 '잊혀질 권리'를 확대한다면 개인에 대한 부분이 아닌 '망자'에 대한 법적 제도를 확실히 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성우 교수는 구글 등 해외 포털과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국내 포털의 '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가 크게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은 지 교수는 "구글이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 포털을 장악하지 못하고 15%의 점유율로 다음과 경쟁관계에 있다"며 "만약 '잊혀질 권리'를 강하게 적용하고 규제한다면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포털에만 적용돼 구글 등 해외 포털에 대해 우회규제할 것인가, 법적으로 규제할 것인가의 논쟁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잊혀질 권리'가 공인들이 자신의 과거를 세탁하는 수단으로 남용되거나 오용되는 것은 어떤 방법으로라도 막아야 한다"며 "일반인이 갖는 국민으로서의 기억할 권리, 기억될 권리 등도 '잊혀질 권리'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주희 소비자시민모임 부위원장은 이용자의 시점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잊혀질 권리, 잊지 않을 권리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만 '이용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수집되지 않게 할 권리'도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부위원장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타인에 의해 수집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온라인상에 언제까지 정보를 남겨둘 것인지 유효기간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삭제하고 싶은 정보가 네이버, 구글, 다음 등에 모두 올라가 있다면 이용자가 한 번의 요청으로 모든 정보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포털이 문제의 기사 링크를 삭제하기보다 기사를 게재한 언론사가 포털에 검색결과가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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