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문학인 754명 "이런 권력에 국가개조 맡기지 않았다"

2일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문 발표…"정부, 생명보다 정권유지 연연"
"박근혜 대통령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믿을 수 없다"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2014-06-02 06:38 송고

국내 문학인 수백명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우리는 이런 권력에게 국가개조를 맡기지 않았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황석영, 황현산, 정희성 등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 6명은 2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문카페 창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모든 부정에 회피하지 않고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1달을 넘기면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례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절실히 깨닫는 중"이라며 "죽음과 삶에 대한 모든 존엄이 곤두박질치는 참혹한 나날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은 언제나 우리 편이 아니었다"며 "국민의 생명이 위기에 처한 가장 급박한 순간조차도 정권은 생명보다 자본의 이윤을 먼저 고려했고 안전보다 정권의 유지에 연연했다"고 지적했다.

작가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의 후속 대처에 대해 "단 한 사람의 목숨도 구하지 못하고 수많은 의혹과 추문을 남겨둔 채로 대통령은 사과하면서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우리는 그 약속을 믿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알 권리를 막았을 뿐만 아니라 유가족들의 항의와 요구를 경찰병력을 동원해 진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총리를 바꾸고 정부부처를 자르고 기워 개편하는 장막을 치는 것으로 우리가 겪은 참담한 재난을 바꿀 수 없다"며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시되고 경제적 효과를 기준으로 모든 가치를 줄 세우는 세상에서 우리의 삶은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명과 존엄을 외치는 국민들의 분노를 진압하고 통제하는 권력을 우리는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며 "참사를 잊지 않고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되찾는 일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소설가 황석영(71)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근대화는 민주주의와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니라 폭압에 의해 달성돼 윤리적 기초가 부족하다"며 "소수자를 보호하거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굉장히 무능력하다"고 지적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69) 고려대 명예교수는 "항상 기업을 위해서 모든 제도를 만들고 규제를 철폐해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썩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것 같다"며 "생명을 존중하는 정신이 우리 삶에 깃들어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작가들은 이날 시국선언문을 통해 ▲유가족과 사회구성원 중심의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협조 ▲생명을 죽이는 모든 정책과 제도의 해체 ▲정치권력과 관료사회에 누적된 부정부패 단죄 ▲광장에서 경찰 철수 및 집회와 결사의 자유 보장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에는 원로 소설가 최일남, 원로 시인 신경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소설가 공지영, 김연수, 은희경 등 국내 주요 작가 및 문학인 754명이 서명했다.


hong87@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