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지하철 추돌사고 원인은…또 '안전불감증'(종합)

신호 오류 알고도 14시간 방치…결국 사고
앞 전동차 기관사도 지연 운행 보고 안 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전동차 추돌사고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14-05-06 06:51 송고
백경흠 서울 성동경찰서 형사과장이 6일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상왕십리역(2호선) 열차 추돌사고 수사사항 중간 발표를 하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249명의 부상자를 낳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추돌사고의 원인이 또다시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본부(수사본부장 허영범 서울청 수사부장)는 6일 오후 수사본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선로의 신호시스템을 관리하는 서울메트로 신호팀 소속 직원은 지난 2일 오전 1시30분쯤 신호기계실 모니터상으로 신호 오류가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도 '통상적인 오류'로 생각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는 사고가 발생한 2일 오후 3시30분으로부터 약 14시간 전이다. 또 연동장치 데이터 수정은 지난달 29일 오전 1시10분쯤부터 10여분 동안 이뤄졌고 이날 오전 3시10분부터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메트로 등은 지난달 29일 오전 1시10분쯤 연동장치 데이터 수정 이후 사고가 발생한 2일 오후까지 이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수사본부는 6일 을지로입구역, 금천구 소재 신호 데이터 입력 민간업체 등 총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신호시스템 오류와 관련한 원인 규명에 나섰다.

신호시스템 오류는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신호시스템은 전동차의 자동정지장치(ATS·Automatic Train Stop)와 연동해 전동차 간 거리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멈추게 해준다.

신호시스템 연동장치 데이터 수정은 사고 구간 등에서 전동차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추가조사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수사본부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앞 전동차 기관사 박모(48)씨는 사고 직전 문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아 3차례에 걸쳐 스크린 도어를 여닫았다.

이 과정에서 약 1분30여초간 운행이 지연됐지만 박씨는 종합관제소에 이를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동차가 한 곳에 40초 이상 머물면 관제소에 알려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수사본부 조사결과 전동차 운행 전반을 관리하는 종합관제소의 관리 소홀도 일부 드러났다.

사고 당일 관제소 근무자 권모(56)씨 등 4명은 운행상황판을 주시하면서 전동차 운행을 감시·통제해야하지만 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앞뒤 전동차 간격이 좁아지자 평소처럼 앞 열차에만 '회복 운행'을 할 것을 일방적으로 지시했고 박씨가 이 같은 내용의 무선 지시를 파악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더구나 관제소에서 앞 열차에 회복 운행을 지시한 것은 사고 발생 직후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관제소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것조차 모른 채 앞 열차에 회복 운행을 지시했을 수도 있다"며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뒷 전동차 기관사 엄모(45)씨는 신당역에서 상왕십리역 방향으로 진행 중 마지막 3번째 신호등을 거쳐 곡선구간 100여m를 지날때 쯤 정지신호가 표시된 것을 발견하고 비상 급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수사본부는 엄씨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5일 현장조사를 했고 무선교신 내용 등을 추가로 분석해 엄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엄씨와 박씨는 사고 발생 직후 전동차 객실 내 안내 방송을 했거나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수사본부는 이날까지 피해자 34명을 상대로 두 기관사가 안내 방송을 했는지, 적절한 대피조치를 취했는지 등 여부를 조사했지만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수사본부는 앞으로 기관사, 관제소 직원, 신호시스템 관리자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사고 전동차 블랙박스 등을 분석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또 기관사 등을 상대로 한 안전교육, 신호시스템 설계·시공 등이 적절히 이뤄졌는지 여부를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법처리는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아직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사람은 없으며 전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pej86@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