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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전국민 집단우울증 우려...정부차원 대책 필요

피해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충격받은 일반 국민도 유사 증상 나타나

(서울=뉴스1) 고현석 기자 | 2014-04-20 06:32 송고 | 2014-04-20 06:33 최종수정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흘째인 18일 오전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2학년교실 앞에서 학생들이 실종자들이 무사귀환 하기를 바라는 글을 메모지에 적고있다. 2014.4.18/뉴스1 © News1 이성래 기자

세월호 참사 발생 닷새째인 20일 구조된 학생들이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관련 증상인 우울증이 유족, 친구, 안산 시민의 범위를 넘어서 현장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지켜본 일반 국민들에까지 번지고 있다. 일부 학계에서는 이러다가 '전국민 집단 우울증세'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화재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등 대형 참사가 유독 많이 발생하고 국민의 집단의식이 강한 한국에서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이런 대형참사는 신체적 외상뿐 아니라 정신적 외상까지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학생들을 포함한 피해당사자 뿐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과 친지, 친구, 구조인력에도 심각한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때 생존자 중 절반이 PTSD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피해자와 생존자 가족과 주변 사람들까지 합하면 넓은 범위의 PTSD 경험 환자는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의 수십배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집단 참사의 경우는 아니지만 탈북자의 경우 PTSD에 시달리는 사람이 전체 탈북자의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PTSD가 치명적인 이유는 환자의 80%가 우울증, 강박, 집착 등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한다는 점과 주변 전파력이 강해 직접 일을 겪지 않고 방송 등으로 사고 현장 등을 접한 사람에게도 유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데 있다. 특히 공중파 3사 등은 참사 당일부터 닷새가 지나도록 정규편성물을 취소하고 거의 24시간 내내 현장 생중계를 하고 있다.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고영훈 교수는 "정신적 외상이라는 게 시각적 자극 등을 통해 올 수 있다"며 "불안감이나 우울감, 슬픔 등 유족들이 느끼는 감정과 유사한 반응을 보일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의는 "구조 상황이 진척이 없고 생존자가 발견되지 않아 마음이 답답해지고 울분 등이 생겨 생존자나 유족 등이 느끼는 감정과 유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하루종일 비관적인 내용과 감성적인 언론보도를 접하다보면 특히 어린이, 주부 등 신경이 민감한 사람들이나 정서가 불안정한 사람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스트레스를 받아 정상행동에서 벗어나는 우울, 망상, 신경과민 등의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 이들 정서적 취약계층에 대한 대학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에서 하루종일 관련 보도를 하고 있지만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관련 방송 시청 시간을 적어도 하루 몇 시간 이내로 줄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단원고가 있는 안산시의 경우 집단우울증이 도시 전체로 퍼져 도시가 패닉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문의들은 "한 학교의 학생 대부분이 사고를 당하게 되면 구조된 당사자들은 물론 가족들과 주변인들도 말못할 정신적 충격과 고통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증상이 안산시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넘어서 나라 전체에 퍼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쓰나미' 현상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집단 우울증에 대한 우려는 한국의 특수상황에도 일부 기인한다. 한국은 '직장인 스트레스 세계 1위', '40대 남성 사망률 세계 1위', 'OECD 국가 중 교통사고율 세계 1위' 등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 노출이 '공인'돼 있는 나라다. 따라서 이번 세월호 참사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기존 스트레스와 결합해 산술적 합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건복지부 등 관계당국은 이같은 우울증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경기도 안산 시민에 대해 대대적인 심리치료 지원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복지부는 지난 17일 안산시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교육부 등 관계 부처 담당자, 경기도·안산시 등 지자체 관계자, 의료 전문가 등과 함께 심리치료 지원을 위한 대책 회의를 열고 이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는 앞서 참사발생 직후 침몰사고 피해자 등에 대한 심리지원을 시작했으며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발빠르게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우울증 증세가 사고 발생 지역과 안산 지역을 넘어서 국가 전체로 확대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의료계 일선에서 나오고 있다.


pontife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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