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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늙기 전에 자전거로 제주도 달려보자고 했는데…"

[세월호 침몰] 70대 자전거 동호회 '회장' 전종현씨 숨진 채 발견

(목포=뉴스1) 박현우 기자 | 2014-04-18 11:15 송고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사흘째인 18일 오전 사고해역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4.4.18 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전종현(71)씨는 '회장님'으로 불렸다. 월남전 참전 용사이기도 한 전씨는 리더십이 있었고 나이에 비해 건강했다.
자전거를 즐겨 타던 전씨는 지난해 10월쯤부터 한강에서 나이대가 비슷한 '친구'들과 어울려 '라이딩'을 즐겼다.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는 전씨를 동호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회장이라 부르며 따랐다.

날씨가 추워지자 자전거를 한동안 못탔다. 지난 3월부터 다시 모여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러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자 '떠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회원들은 "더 늙으면 못 간다"며 바로 계획을 세웠다. 행선지는 제주도로 정해졌다.
지난 15일 저녁 8시30분쯤, 한껏 기대에 부푼 전씨 등 동호회 회원 5명은 자전거를 끌고 인천에서 여객선 '세월호'에 올랐다. 한 객실에서 나란히 누워 자고 다음날 아침 7시쯤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아침식사 뒤 "2~3시간 뒤면 도착하겠다"는 등 이야기를 나눴다. 오전 8시30분쯤이 되자 일부는 연속극을 보러 가기도 했다.

20여분쯤 지났을 때 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순간 파도가 치나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미끄러져 내려왔다.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방송에서는 "움직이면 더 위험하니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일행 중 연속극을 보러 TV 앞으로 가깝게 다가갔던 신영자(71·여)씨를 제외하고 전씨를 포함한 네 명은 물이 차오르는 배 안에서 옴짝달싹 하지 못했다.

신씨는 주위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이후 동호회 회원들을 볼 수 없었다.

전씨는 전남 진도 인근 해안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50시간만인 18일 오전 11시30분쯤 선체 주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30대 때 바다에 뛰어들어 아주머니를 구했고 20대 때에는 마라도에서 군생활을 하기도 해 '바다가 두렵지 않았던' 전씨였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이 만든 '재앙'을 극복해 내지 못했다.

18일 만난 신씨에게 소식을 전하니 "회장이 그렇게 됐느냐..."며 안타까워 했다.

같은 날 기독병원에서 만난 전씨 유족은 전씨가 "마치 잠든 것 처럼 편하게 눈을 감아 '툭' 건드리면 깨어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전남 목포 기독병원에 안치됐던 안씨 시신은 오후 6시30분쯤 국가 유공자들의 빈소가 차려지는 경기도 이천으로 옮겨졌다.


hw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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