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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송파 버스질주' 재현…부실실험 논란

급발진 규명하겠다면서 안전장비도 없이 재현실험
조사에 사고버스 부품 제조사 전문가‧변호사도 참여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2014-04-18 11:21 송고 | 2014-04-18 11:23 최종수정
서울 송파경찰서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송파구 송파동 석촌호수 버스 정류장 앞에서 지난달 19일 송파구청 앞에서 발생한 '송파버스사고'를 재현하고 있다. 이날 '송파버스사고' 재현은 사고차량인 3318번 버스에서 회수한 주요 부품 6종을 동일 차종에 장착한 후 차량 부품 및 기기의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2014.4.18/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지난달 19일 서울 잠실 한복판에서 19명의 사상자를 낸 '3318번 버스 질주 사고'에 대해 경찰이 18일 현장 재현 조사를 벌였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오후 3시쯤 당시 사고버스에서 회수한 주요 부품 6종을 동일한 차종의 실험용 버스에 장착해 실제 사고가 난 석촌호수 사거리~송파구청 사거리 등 구간에서 사고 당시 주행 상황을 재현했다.

당시 사고가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라 사고버스에서 부품을 회수하고 실험차량에 장착해 실제 급발진 현상이 발생하는지 규명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경찰이 급발진 규명을 위한 실험을 하면서도 급발진 사고에 대비한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는 등 엉터리 실험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 경찰 "급발진 재현"…실제 급발진에 대비도 안해

경찰은 이날 주행 재현을 거쳐 입수한 ECU(엔진제어장치) 데이터 등을 사고차량의 데이터와 비교해 당시 사고차량의 급발진 여부 등 차량 결함 가능성을 검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고버스에서 회수해 실험차량에 탑재한 주요 부품은 ▲ECU(엔진제어장치) ▲TCU(자동변속기제어장치) ▲가속페달 ▲브레이크 페달 ▲에어스위치 ▲제동등 등이다.

그러나 이날 재현 실험에서는 실험의 안전성 문제가 우선 도마위에 올랐다.

경찰은 실험을 위해 1차 추돌이 벌어진 석촌호수 사거리와 잠실역 사거리, 2차 추돌을 빚은 송파구청 사거리 구간을 통제했다.

사고 차량의 부품을 탑재했기에 실험 도중 지난달 사고 당시처럼 '광란의 질주' 같은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경찰은 실험차량에 탑재한 6종의 부품들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실험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았고 안전사고에도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재현 구간에서는 급발진 같은 사고를 대비한 충격흡수시설 등 안전장치나 구조 장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애초부터 실험의 핵심인 '급발진'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면 경찰은 실험차량이 지난 사고 때처럼 질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비를 배치했어야 했다.

실험에 참여한 운전자도 실험 과정에서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사고 차량에 급발진을 비롯한 차량 결함이 없었다는 결론을 이미 내리고 보여주기식 실험을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사고버스 부품제조사 직원‧변호사도 실험 참여, 유가족 '분통'

이날 오후 4시쯤에는 재현 현장에서 사고 버스를 몰다 숨진 운전자 염모(59)씨의 유가족이 나와 경찰의 사고 재현 과정이 졸속이라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아가 경찰 수사의 객관성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차량 결함을 밝힐 핵심부품인 ECU 분석을 해당 ECU를 제작한 미국 A부품회사에 맡겼기 때문이다.

경찰은 재현 실험 이후 브리핑에서 "ECU는 부품 제작사의 동의, 협조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ECU 제작사만 해당 ECU를 분석할 수 있는 장비와 프로그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ECU 제작사가 경찰·국과수·교통안전공단·도로교통공단 등 4개 기관 입회 아래 조사에 참여하고 있어 실험 객관성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날 밝힌 외부 조사 기관 및 전문가 16명 가운데는 해당 부품회사 측 변호사도 속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실험의 공정성과 객관성 문제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재현 실험 결과 분석에는 10일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hong8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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