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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만난 실종자 가족들 '대통령은 믿습니다..꼭, 살려주세요'

[진도 여객선 침몰] 朴대통령, 실종자 가족만나
朴대통령, 실종자 가족들에게 “희망잃지 말자”
실종자 대책에 불신가득..朴대통령께 애타는 호소

(서울=뉴스1) 윤태형 기자 | 2014-04-17 11:25 송고 | 2014-04-17 12:16 최종수정
박근혜 대통령이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2014.4.17 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오후 '세월호'에 탑승한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차가운 바다 속에 갇혀있는 자식을 찾는 가족들의 애타는 요구를 듣고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건 오후 4시20분께. 당시는 실종자 가족들은 갈팡질팡하는 정부 집계와 실종자 수색지연, 해양경찰청의 잘못된 정보로 정부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 방문 직전인 이날 오후 실종자 가족들은 "이미 우리 아이들은 다 죽었다. 포기해"라며 울부짖고, 일부는 "이게 국가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진도실내체육관 안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고, '국민이 정부를 더 이상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박 대통령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우리 아들 살려내" "여기 오지말고 현장에서 살려내" "우리 딸 살려주세요" "얼마나 춥겠냐" 등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단상에 오르자 체육관 안의 가족들은 아이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간절한 모습으로 박 대통령의 말에 주목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심정이 어떤 위로도 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애가 타고 참담한 순간이지만 희망을 잃지 말고 구조소식을 함께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현장에서 여러 가지 소식을 정확하게 수시로 빨리빨리 알려드려서 이 답답한 맙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당부했다"면서 "애타는 가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 해야 한다고 저도 얘기했고 현장에 해경이나 해군도 경험 많은 사람이 와서 전부 그런 각오로 와서 임하고 있다는 것을 가족 여러분께 확실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불신(不信)'의 벽은 높았다.

옆에 있던 김석균 해안경찰청장이 "어떤 여건에서도 잠수부 500명을 투입해 수색하고 있다"고 답변하자 체육관 안에서는 "대통령 앞에서 거짓말을 하냐"며 욕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에 박 대통령은 "(현장에서) 방금 천안함 구조를 했던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얘기를 현장에서 들었다"면서 "그분들이 한 200여명 와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얼마나 가족들이 애가 타시겠나, 그분들을 생각해서 마지막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장내는 진정됐고,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과 일문일답을 이어나갔다. 일문일답은 당초 예정돼 있지는 않았다.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이들의 요구사항을 경청한다는 계획만 세워놨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도 살아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에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모든 이목을 집중하고 있지만, 현장상황을 방송뉴스를 통해 처음 접해야하는 현 상황에 아쉬움을 호소했다.

한 가족은 박 대통령을 보자 "여기가 상황실인데 현장 정보가 아무 것도 안들어 온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고, 박 대통령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답변을 청했다.

이 장관은 "말씀같이 지금 뉴스를 보실 수는 없는 거고. 실시간으로 빨리빨리 가족들이 소식을 들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장비가 저녁에 도착한다고 하니까 상황실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이쪽에 알려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책본부 측 한 관계자가 배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명단이라도 알고 싶어하는 가족들이 많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이 장관과 작은 소리로 대화를 나눈 뒤 "지금 명단을 다 공개를 하면 그걸 보고 충격을 받을 분도 있어서, 공개를 원치 않는 가족도 존중해야 되지 않겠나"며 개별적으로 원할 경우 즉각 알려주겠다고 답변했다.

한 가족은 "잠수부들이 그냥 물에 들어갔다 나오는 게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여기 있는 가족 몇 분이 가서 실제 현장을 보고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거를 좀 가족 분들한테, 잠수하러 내려가서 어떤 상황이었고, 지금 어떻게 됐다는 것을 좀 더 자세하게, 얼마나 답답하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 새벽 5시에 크레인이 도착을 한다고 들었는데, 그 크레인이 선박을 묶어서 크레인의 힘으로 전부 다 들어 올릴 수 없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들어 올린 다음에 잠수부가 더 들어가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에 어떻게 해보겠다는 그런 세세한 얘기를 누구보다도 이 가족 분들이 들으셔야 하지 않겠나"고 강조하자, 체육관 내에서 박수가 나왔다.

사고 현장에서 먼저 빠져나온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처벌여부를 묻는 가족들의 질문에 박 대통령은 "하여튼 이번에 철저하게 조사할 거고, 또 원인규명도 확실하게 할 것이고, 거기에 대해서 엄벌에 처할 것이다. 반드시..."라며 힘주어 답했다.

◇朴 단상 내려오자 가족들 "살려주세요. 가지마세요" ..6세 권양 쓰다듬으며 퇴장

이날 체육관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박 대통령에게 실종된 가족이 '살아있다'고 보내온 문자를 보여주며 서둘러 선내 '공기 주입'을 위한 에어펌프 설치를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이게 가족 분들하고의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공기를 빨리 들여보내서 뭔가 생존자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인데, 공기를 넣으려고 했는데 안 됐다고 하면, 어떻게 해서 안 되고 있는지도 자세한 설명을 해야지. 이게 안 돼서야 계속 애만 타고, 안 되지 않겠나"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장관의 "저희들이 최선을 다하겠다. 믿어달라"는 발언에 가족들 항의가 그치지 않자, 박 대통령은 "“이렇게 이분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튼 마지막 한 분까지 구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 장내를 진정시켰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거 전부 시행이 되도록 지시를 하겠다"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 가족은 "우리가 하도 속았다. 너무 많이 속았다. 제 핸드폰 번호를 가져가서 전화해라. 그래서 주무시기 전에 오늘 한 약속이 잘 지켜졌는지 물어봐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박 대통령은 "전화번호 주세요. 제가 확인하겠다"고 답변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박수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자 가족들은 "살려주세요. 가지마세요"라며 호소, 안타까움을 더했다.

부모의 생사를 모른 채 단상 바로 앞에 앉아있던 6살 권지연 양도 "가지마"라며 울음을 터트리자, 박 대통령은 퇴장하다가 권 양에게 다가가 침통한 표정으로 쓰다듬었다,

박 대통령은 사고현장과 실종자 가족들이 수용된 진도실내체육관 방문을 마치고 이날 저녁 8시30분께 청와대에 도착, 13시간 동안에 걸쳐 11번의 운송수단을 갈아타는 고된 일정을 마쳤다.


birakoc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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