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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8000억' 사상 최대 사기대출 어떻게 가능했나?

피해은행들, 허위세금계산서 실제 신고 여부 확인도 안해
KT ENS 법인인감도장 관리 허술, 책상에 놓고 아무나 찍어
금감원 직원 연루 확인, 금품·향응 제공받고 범인도피 도와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14-03-19 00:34 송고 | 2014-03-19 01:39 최종수정
수천억원대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협력업체 엔에스(NS)쏘울, 중앙티엔씨 등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담은 박스를 옮기고 있다. © News1 유승관 기자


KT ENS와 금융기관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연루된 사상 최대규모인 1조8000억원대 사기대출의 윤곽이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가운데 피해 금융기관들의 허술한 대출 관리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기관들은 KT ENS 등 대기업의 대출 관련서류에 대한 확인절차 없이 돈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나 철저한 대출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범행을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저가 휴대전화 주변기기를 제조·유통해오던 협력업체 8곳은 고가 휴대전화 단말기 등을 납품한 것처럼 속여 지난 5년여 동안 1조8335억원의 부당대출을 받았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피해 금융기관들의 부실한 대출관리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기관들이 대기업에 속하는 KT의 자회사 KT ENS가 매출채권을 양도한다는 내용의 승낙서만 믿고 대출을 승인해 준 것이다.

협력업체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데 사용된 결정적인 서류는 세금계산서였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세금계산서가 정상적으로 세무당국에 신고 됐는지, 세금계산서 내용대로 실제 매출(납품)이 발생했는지 여부 등을 면밀히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세금계산서 수백장이 금융기관에 제출됐고 허위 세금계산서에는 1회 매출액이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50억원 상당으로 기재됐다.

KT ENS 안에서도 이 같은 관리 소홀이 드러났다. 매출 채권양도 승낙서 등 이번 사건에 사용된 서류들은 KT ENS 내부 서류와 형식이 달랐지만 이에 대한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KT ENS 내 휴대전화 단말기 취급부서는 모바일사업팀이었지만 시스템영업개발부 직원인 김씨의 매출 채권양도 승낙서를 맹신한 것이다.

경찰은 전임 KT ENS 인감관리자 신모씨 등을 조사한 결과 "내가 법인 인감도장을 관리할 당시는 서랍이나 책상위에 놓아두면 필요한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용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김씨가 인감도장을 직원들 몰래 꺼내 사용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피해 금융기관 직원들의 연루여부를 함께 수사하고 있다. 해외로 도피한 공범 전씨가 평소 금융기관 종사자들을 상대했다는 피의자들이 진술에 따른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 소속 김모 팀장이 사기대출 주범 등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범행을 도운 정황도 드러나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사상 초유의 사기대출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금융기관 등이 허술한 대출관리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철저한 대출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매출채권 담보 대출시 채권의 진위여부에 대한 확인, 각 금융기관별 여신조회시스템의 공유 등을 통해 대출현황, 담보 및 상환능력 등을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공조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여신상시감시시스템을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제1금융권까지 확대하고 철저한 여신관리를 통해 본건과 같은 범행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KT ENS도 인감도장, 사용인감계 등 회사 중요 서류, 채무발생 등 권리관계와 관련된 서류접수 등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고 직원 개개인의 업무내용 파악 등에 보다 세밀한 관리가 요망 된다"고 덧붙였다.


lenn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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