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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세 모녀 참변에 이웃들 "애통"

생활고 비관 자살 세 모녀..."복지구멍 보여준 대표적 사례"
지인 "워낙 남에 피해주기 꺼려했던 사람들인데..."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2014-02-28 09:34 송고 | 2014-02-28 11:14 최종수정
생활고를 겪다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모녀가 지난 26일 오후 9시 20분께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1층에서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이라는 메모와 함께 70만원이 든 현금봉투를 남겼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2014.2.28/뉴스1 © News1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복지 안전망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28일 세 모녀가 살던 서울 석촌동의 지하방을 찾은 김상채 송파구의회 부위원장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며 "이번 사건은 복지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인들이 8년째 살아온 작은 집을 둘러보고 나온 뒤 "가슴이 아프다"며 "주민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부위원장은 "알면서도 해결 못하는 일이 있는 반면 정말 몰라서 해결 못하는 일도 있다"며 "이같은 사례를 두고 '복지 사각지대'라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채 외롭게 세상을 떠난 세 모녀는 28일 빈소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서 한줌의 재로 변했다. 이날 오후 이들의 발인에는 친척 10여명 남짓 만이 함께 해 쓸슬함을 더했다.

박모(60·여)씨와 그의 두 딸 A(35)씨, B(32)씨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번개탄을 피운 상태서 숨져 있는 것이 지난 26일 밤 9시20분쯤 발견됐다.

비좁은 방 안의 창문은 청테이프로, 방문은 침대 등으로 막혀 있었고 현장에서는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가 발견됐다.

세 모녀는 세상을 떠나며 남기는 마지막 말로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를 봉투 겉면에 적었다.

박씨는 12년 전 암을 앓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건강이 좋지 않은 두 딸을 대신해 식당일을 하며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 왔다. 두 딸은 자신들의 이름으로 발급된 카드빚 등으로 신용불량자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 38만원 집세를 내며 세들어 살다가 한달 전쯤 넘어져 몸을 다치자 식당일마저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고 등에 힘들어 했던 이들이지만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의 정부지원 수급 신청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순화 송파구 복지정책과장은 "이분들 같은 경우는 성격상 도움을 청하길 꺼려했던 것 같다"면서 "주변분들이라도 구청쪽에 연락을 취했다면 방법을 강구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동주민센터나 구청을 방문해 상담했더라면 생활 기준에 따라 법적 지원이나 민간 후원 연결 등이 가능했던 사례"라며 "앞으로 이같은 지원 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 모녀가 한줌의 재로 변한 이날 아침 집주인 임모(73)씨는 집안에서 이들의 짐을 모두 빼냈다.

그는 "원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이라며 "남에게 짐을 지우려고도, 도움을 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고인들을 기억했다.

8년간 이들을 지켜봐온 그는 "이렇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좋은 곳으로 가야 할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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