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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가짜" 은행도 당국도 감쪽같이 속은 영화같은 대출사기

회사대표가 KT ENS직원과 짜고 SPC설립.대출사기
금융회사 부실 대출심사시스템 도마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2014-02-06 06:51 송고 | 2014-02-06 09:10 최종수정
© News1 이훈철 기자


"한마디로 모든 것이 가짜였다."
매출서류를 조작하고 가상의 법인(SPC)을 설립해 마치 기업이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는 것처럼 속이는 등 2800억원이라는 거액의 대출사기에 동원된 모든 것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거액의 대출사기를 당한 은행과 이를 적발한 감독당국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치밀한 서류 조작에 깜쪽같이 속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짜 서류조차 걸러내지 못한 금융회사의 부실한 여신심사체계에 대해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감독원은 6일 KT ENS 직원이 2010년부터 가짜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저축은행 등 13개 금융회사에서 2800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출사기로 피해를 본 금융회사는 하나, 농협, 국민은행 등 3개 은행이며 대출금은 약 2000억원으로 파악됐다. 10개 저축은행의 대출금은 약 800억원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휴대폰 구매판매대행업을 하는 N사 대표와 KT ENS 직원이 공모해 벌인 대출사기로 파악했다.

2010년 N사는 삼성전자로부터 휴대폰을 구입해 KT ENS에 납품하고 발생한 매출채권을 SPC에 양도했다. 이후 SPC는 넘겨받은 매출채권을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N사가 삼성전자로부터 휴대폰을 구매한 사실이 없다는 점과 따라서 납품 대가로 발행한 매출채권도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다. 또 대출을 받은 SPC는 N사 대표가 대출금을 타내기 위해 명목상으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출사기를 벌이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가짜 매출채권을 발행해 이를 담보로 은행을 상대로 사기를 벌인 것이다.
대출사기 발생 경위© News1


그렇다면 어떻게 이같은 대출사기가 가능했을까.

은행 등 금융회사는 대출사기 등 불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여신상시감시시스템을 운영 중에 있다. 실제 지난해 감시시스템 운영을 통해 불법여신 949억원, 건전성 부당분류여신 6042억원을 적발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당국은 이번 사건의 경우 치밀한 계획하에 벌어진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당혹스러워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인수, 발주, 채권양도승낙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데 이번에 제출된 서류는 법무법인 공증이 돼 있는 등 서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매출채권에 대한 증권사의 보증과정에서도 관련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저축은행에서는 KT ENS 직원으로부터 채권양도승낙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KT ENS는 매출채권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며 "저축은행에 대한 대출은 주식회사 N사와 KT ENS 직원이 공모해 가짜 매출채권을 발생시켜 대출사기를 벌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KT ENS 직원과 금융회사 내부 직원간의 공모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모든 것이 계획하에 이뤄진 대출사기에 어쩔 수 없이 당했다지만 반대로 누구나 이같은 서류만 조작한다면 거액의 대출사기를 벌일 수 있다는 점에 금융회사의 부실 여신심사시스템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은 현재 대출사기가 발생한 금융회사에 대해 검사를 진행중에 있으며, 검사결과 법규위반사항이나 여신심사 소홀 등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당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대출취급 경위와 내용 등을 신속히 파악해 보고토록 조치했으며, 사고 관련자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고발토록 조치토록 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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