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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 태평양 표류끝 구조 남성…"너무 멀쩡해 의심"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2014-02-04 07:33 송고
13개월간 태평양을 표류한 끝에 산호초에 도착했다고 주장해 화제가 된 엘살바도르 출신 어부 호세 살바도르 알바렌가가 3일(현지시간) 마주로에서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간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경찰 보트에서 내리고 있다. ©AFP=뉴스1

1년 넘게 보트 하나에 의지해 태평양을 표류한 끝에 구조된 엘살바도르 출신 어부 호세 살바도르 알바렌가가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방불케 하는 생존기를 털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동시에 의문에 찬 사람들의 질문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알바렌가는 3일(현지시간) 마셜제도 수도 마주로의 종합병원에서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자신의 표류기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진술에 따르면 그는 오래 전 엘살바도르를 떠나 멕시코 타파출라에서 15년간 고기잡이를 하며 살아왔다.

2012년 12월 에즈키엘이라는 이름의 10대 소년을 데리고 상어잡이에 나섰다가 배의 모터가 멈추면서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후 13개월간 7m 길이의 유리섬유 보트에서 새와 거북,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아 먹고 소변을 마시며 생활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동승한 소년은 4개월쯤 뒤부터 먹을 것을 거부하다 결국 굶어죽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8000마일 이상을 표류한 끝에 지난달 30일 에본 산호초에 보트가 부딪히자 헤엄쳐 뭍으로 올라와 여성 원주민 2명에게 발견됐다.

발견 당시 알바렌가는 수염이 텁수룩하게 자라 있었고 얼굴은 그을려 있었으며 너덜너덜해진 속옷 한 장만 걸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과 정부 관계자들은 알바렌가가 상당 기간 바다 위에서 고초를 겪은 것은 의심치 않는다면서도 13개월을 표류했다는 진술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구조 당시 알바렌가의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전에 마셜 제도에서 발견된 표류자들에 비해 알바렌가는 체격이 건장하고 입술이 부르튼 흔적도 없다는 것이다. 피부도 햇빛에 장기간 노출된 것치고는 무척 건강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알바렌가는 햇볕에 피부가 그을리고 새 부리에 쪼인 흉터가 몸 곳곳에 남았지만 관절 통증 말고는 별다른 건강상 이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발목이 부어올라 있었는데 알바렌가는 "발이 말라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장기간 물에 담그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셜제도 외무부 장관 지 빙은 "알바렌가는 다른 표류자들과 달리 야윈 모습이 아니었다"며 "멕시코 정부와 협력해 그의 출발 기록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알바렌가가 바다 위를 떠다니면서 기억의 상당 부분을 잃었고 시간 관념도 잃어버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바렌가는 이날 마셜제도 주재 미국 대사와 현지 경찰들과 가진 면담에서 자신이 출발한 날짜가 2012년 12월 21일이라고 진술했지만 확신하지는 못했다.

자신의 나이도 36세에서 38세로 추정할 뿐이었다. 엘살바도르에 있는 딸과 부인에게 연락하고 싶어했지만 주소와 전화번호를 기억해 내지 못했다.

그는 "나는 시간도, 날짜도 알지 못했다. 나는 해를 보고 낮과 밤만 구분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제한된 식단을 제공받으며 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언론에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며 버텼다"고 털어놨다.

그는 "굶어서 죽고 싶지는 않았다"며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감행하기가 겁났다"고 말했다. 그는 토르티야와 닭고기 요리가 먹고 싶다고 연거푸 말했다.

한편 4일 엘살바도르에 있는 어머니 마리아 훌리아 알바렌가 씨가 사진을 공개하면서 알바렌가의 신원이 확인됐다. 10살로 기억하던 딸 파티마는 14살로 확인됐다.

마리아 씨는 "아들이 해적을 만나 살해당했을까 두려웠다"며 "아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제 그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pade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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