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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만찬주되자 매출 20배 '껑충'…"없어서 못판다"

[인터뷰] 전통주 '백련 맑은 술' 빚는 김동교 신평양조장 부사장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 2014-01-14 23:09 송고 | 2014-01-15 05:27 최종수정


김동교 신평양조장 부사장 © News1
말그대로 '대박'이다. 삼성그룹의 신년 만찬에 건배주로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매출이 20배나 '껑충' 뛰었으니 말이다. 팔고 싶어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삼성의 만찬 건배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전통주는 다름아닌 충남 당진 술도가에서 빚어낸 '백련 맑은 술'이다. 사실 '백련 맑은 술'은 2009년 청와대 만찬주로도 선정된 적이 있지만 이번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진 않았다. 정부가 아닌 기업에서 전통주를 건배주로 선정한 경우가 극히 드문데다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삼성 신년회에 건배주로 선정된 덕분이다.

삼성이 와인이 아닌 전통주를 만찬주로 선정한 데에는 막걸리산업 부활에 힘을 쏟은 장태평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참모 역할을 했던 민승규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련 맑은 술'의 역사는 깊다. 3대에 걸쳐 충남 당진의 신평양조장에서 80년 넘게 만들고 있는 전통주다. 현재 3대인 김동교 부사장이 술 제조부터 판매, 유통을 도맡아 하고 있다. 서울 강남과 가로수길에 전통주점 '셰막'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 전통주 시장에 뛰어든지 4년. 김 부사장 입장에서는 세상에 '백련 맑은 술'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백련맑은술© News1

덕분에 너무 바빠졌다는 김 부사장. 그는 "지난 9일 삼성 만찬주로 선정된 이후 주문량이 폭주한데다가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 계약요청이 쇄도해서 정신이 없다"고 말한다. 지난 10일 하루만에 재고량은 모두 소진됐고, 설 판매 예약도 일찌감치 마감됐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하루 판매량이 20배 가까이 늘었으니 물량이 달릴 수밖에 없다.

김 부사장은 "삼성 건배주로 선정된 줄도 몰랐고, 선정됐다고 해서 이렇게 즉각 반응이 나타날지도 예상 못했다"며 "양조장을 풀가동하는 등 최대한 물량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만들 수 있는 양보다 주문량이 많아 수요를 맞추기가 힘들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를 다니다가 2대째 전통주를 만드는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2010년 1월부터 전통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술집과 유통업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판매에 나섰지만 무조건 싼 술만 받아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야 했다. 대량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추는 방식을 택하기보다 전통주의 가치를 알려내야겠다고 판단한 김 부사장은 직접 주점까지 차렸다.

그래서 강남과 신사동 가로수길에 막걸리전문점 '셰막'이 생겼다. 셰막에서는 신평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와 약주 등을 맛볼 수 있도록 했다. 호텔 주방장을 영입해 양질의 안주를 만들면서 직장인들이 부담없이 찾을 수 있도록 가격도 낮췄다. 동시에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막걸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올려 젊은이들과 소통에 나섰다. 김 부사장은 "할아버지때부터 만들어온 막걸리이기 때문에 맛과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다"며 "입소문을 통해 이곳을 찾도록 하는 전략을 펼쳤는데 4년만에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의 신평양조장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6차산업화의 일환으로 역사성을 갖고 지역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양조장을 선정해 종합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선정기준이 까다로워 지난해말 신평양조장과 충북 단양 '배강양조장' 두 곳만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됐다.

김 부사장은 오는 5월 전통주 체험박물관을 건립하고, 양조장 옆에 셰막도 지을 계획이다. 박제돼 있는 전시관이 아닌 관광객들이 전통 전통주 제조과정을 체험해보고 지난 80년간 신평양조장에 얽혀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눈으로 보고 셰막에서 맛도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운좋게 여론의 관심도 받고, 정부 지원도 받게 된 만큼 전통주의 가치와 역사성을 소비자들에게 알려내는데 일조하겠다"며 "우리와 같이 주목받는 전통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 전통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전통주 시장 또한 커질 것으로 자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동교 신평양조장 부사장이 전통주 체험프로그램 참가자에게 막걸리 익어가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News1 이은지 기자


l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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