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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기보다 근무기간 짧아도 백혈병 산재 인정" 첫 판결

법원 "'10개월 근무'해도 발병원인 노출 많았을 수 있다"
변호인 "'삼성백혈병' 사건에 영향 줄 듯…'노출기간' 쟁점"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4-01-07 06:41 송고 | 2014-01-07 06:43 최종수정

백혈병 잠복기보다 짧은 '10개월'이라는 근무기간 동안 발병한 백혈병도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판사 조용구)는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도장노동자 김모씨(35)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도장팀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근무 9개월만인 이듬해 2월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퇴사한 뒤 지난 2008년 공단에 요양을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김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이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마저 역시 같은 판단이 내려졌다.

문제는 김씨의 근무기간이 겨우 9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입사 전 실습기간을 포함하더라도 근무기간은 총 10개월로 백혈병의 잠복기인 2~5년보다 짧았다.
1심 판결에도 불복한 김씨는 지난해 항소했고 결국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산재인정 판결을 받아냈다.

항소심 재판에서 결과가 달라진 것은 비록 근무기간이 짧아도 야근, 휴일근무 등 때문에 실제 근무시간은 10개월 정규 노동시간보다 훨씬 많았으리란 판단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김씨는 근무 때마다 (백혈병 발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벤젠이 포함된 시너를 사용했고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잦았다"며 "방독마스크를 항상 작용하면서 작업을 했다고 보기도 어려워 상당히 많은 벤젠에 노출됐을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유해물질 노출 후 최소 9개월 만에 발병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건을 담당한 법률사무소 새날의 김종귀 변호사는 "1년 미만 노출에 백혈병 발병이 인정된 사건은 이번이 최초"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인 '삼성백혈병' 사건에도 이 판결이 일정부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삼성백혈병 사건의 주요 쟁점은 노출기간·노출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까지 1심 법원에서 백혈병을 산재로 인정한 사례는 삼성전자반도체 노동자 고 황유미씨 사건 등 총 2건으로 근로기간은 모두 1년 이상이었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는 기준치가 낮아 벤젠에 대해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던 시절에 발병한 백혈병이 산재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됐다.

2003년 7월 이전에는 벤젠 기준치가 10ppm 이하였기 때문에 대다수 회사들은 측정치가 이 기준 이하인 경우 따로 관리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2011년 대우조선해양이 사용하는 도료, 시너 등에서 벤젠이 검출된 사정에 비춰보면 김씨가 발병할 2003년 무렵에는 적어도 그 이상의 벤젠이 함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abilityk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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