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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종합예술학교, 뮤지컬 '지하철1호선' 다시 달린다

본관 싹아리랑홀, 14일 오후 7시, 15일 오후 3시
2014년 입학전형 원서마감 20일 5시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2013-12-14 07:49 송고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포스터(학전 제공). © News1 홍우람 기자

서울종합예술학교 학생들이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막차를 운행한다.
비좁고 어두운 무대는 어딘가 어색해보이지만 대학로 소극장 느낌은 그대로다. 관객석 100여석도 빈틈 없이 메웠다. 공연을 앞두고 학생들이 긴장된 얼굴로 무대에 오른다. 무대가 조금 초라하면 어떤가. 뮤지컬 공연을 앞둔 학생들의 마음은 황정민, 조승우, 설경구와 다를 게 없을 터이다.

13일 저녁 7시 서울 삼성동 서울종합예술학교 싹아리랑홀에서는 이 학교 공연제작뮤지컬학부 뮤지컬연기연출전공 3학년 재학생들의 기말공연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학생들이 2학기 과목 '제작실습'을 수강하며 4개월여 준비한 작품이다. 연출과 극본부터 의상, 소품, 무대장치까지 모두 학생들이 직접 준비했다. '프로'들의 공연과 비교해 부족할지 몰라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이날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서우공연예술제 작품상을 수상한 이기도 교수가 연출과 지도를 맡았다.
이 교수는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한국 뮤지컬사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며 "학생들이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작품이 갖고 있는 주제의식,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의무에 대해 깊이 이해했길 바란다"고 이번 공연의 의미를 강조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독일 극작가 폴커 루드비히의 원작 'Linie 1'을 극단 학전 대표이자 연출가 김민기가 한국 상황과 정서에 맞게 각색한 록뮤지컬이다. 대학로 공연 역사의 산실 학전그린소극장의 대표 레퍼토리로 1994년부터 2008년까지 총 4000회 공연 돼 65만명이 다녀간 한국 최장기 뮤지컬이었다. 올 3월 학전그린소극장이 개관 18년 만에 문을 닫으면서 '지하철 1호선'도 같이 운행을 멈췄다. 이번 공연으로 학생들이 다시 1호선에 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단순히 원작을 흉내낸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패러디하거나, 인기 드라마 '상속자'들의 인물 김탄과 차은상을 익살스럽게 묘사해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 스마트폰을 전광판으로 이용해 대사를 전달하는 기법은 연출의 백미다.

이 교수는 "오늘날 시점으로 극을 많이 바꿨다. 학생들이 직접 고민하면서 학전 버전에는 없는 인물들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지금 시대의 모습을 담아내도록 했다. 그게 이번 학기의 교육목표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종합예술학교 공연제작뮤지컬학부 기말공연 뮤지컬 '지하철 1호선' 포스터(서울종합예술학교 제공). © News1

"연변에서 왔습네다. 588이 어뎁니까? 약혼자를 만나러 왔습네다." -극 중 '선녀' 대사

'지하철 1호선'은 1990년대 서울 지하철 1호선을 배경으로 연변 처녀 '선녀'가 눈으로 바라본 서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실직가장과 가출소녀, 자해 공갈범, 잡상인, 사이비 전도사 등 이 시대 '룸펜'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 사회의 현실을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냈다.

극 중 운동권 대학생 행세를 하며 588로 흘러들어온 실직 노동자 '안경' 역을 맡은 장재웅씨(24·뮤지컬연기연출09)는 "지하철을 이용할 때 그곳에서 지나치는 이름 모를 인연들의 삶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또 표현해, 그들의 무게와 이야기를 대신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장씨는 극 중에서 자신을 돌봐주던 매춘부 '걸레'가 죽은 후 오열하는 연기를 펼쳐 관객들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안경'은 극중에서 거짓 자아를 연기하며 다른 인물들을 속이는 캐릭터"라며 "연기하는 캐릭터를 다시 연기해야 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원작 '지하철 1호선'은 소극장 공연에 최초로 라이브밴드를 도입한 작품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실용음악예술학부 기악과 학생들이 실황 연주를 펼쳐 극의 생생함을 더했다.

서울종합예술학교 학생들이 선보이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14일 오후 7시, 15일 오후 3시 단 2회의 운행을 남겨두고 있다. 역사가 돼버린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막차를 타려는 시민들은 서둘러야 한다.

한편 이 학교 공연제작뮤지컬학부는 명지대 뮤지컬 콘테스트 대상, 춘천국제연극제 뮤지컬페스티벌 최우수상, 전국대학뮤지컬페스티벌 무대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2014년 입학전형을 진행중이며 원서마감은 20일 오후 5시까지다. 자세한 사항은 학교 홈페이지(www.sac.ac.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hong8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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