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김수영 시인 자취와 혼, 도봉구에 깃들다

김수영문학관 개관…유품·사진·육필 원고 전시돼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2013-11-27 07:37 송고 | 2013-11-27 08:20 최종수정
27일 오전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김수영 시인의 작품과 유품 등을 모아 소개하는 김수영문학관 개관식이 열렸다. (김수영문학관 제공) © News1

"김수영의 시 세계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공간이 탄생했네요."
시인 김수영의 생일인 27일 서울 도봉구 방학3동에서 그의 작품 세계와 혼을 담은 문학관 개관식이 열렸다. 김 시인의 아내 김현경 여사(86)는 연신 흐뭇해하며 개관식을 지켜봤다.

도봉구는 김 시인의 본가와 묘지가 있는 곳이다. 1921년 11월27일 출생해 1968년 6월16일 타계한 김 시인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꼬집는 강렬한 작품들을 남겨 한국 현대시의 지평을 넓혔다. 이에 도봉구는 김 시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과 생전 시인의 삶을 소개하는 김수영문학관을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 여사는 "김수영의 시 세계에 흠뻑 젖을 수 있는 멋진 문학관이 탄생했다"며 "앞으로도 김수영 정신이 살아있는 문학관으로 튼실히 남아있길 바란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문학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힘이 되는 문학관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의 바람처럼 문학관은 잠깐 둘러보고 나가는 공간과는 달랐다.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을 비롯해 따로 조명을 설치한 독서 공간도 있다. 마음 편하게 찾아 교류하고 머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멀리 방배동에서 김수영문학관을 찾은 이현주씨(32·여)는 "세련돼서 좋다"고 평했다. 이씨는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방문해서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인 것 같다. 머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아서 좋다"고 만족해 했다.

이번 문학관을 위해 김현경 여사는 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김 시인의 유품을 무상으로 기증했다. 문학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김 시인의 서재를 그대로 옮겨 놓은 체험 공간이다.

서재 앞에서 만난 박동준씨(31)는 "느낌이 묘하다. 원고지와 연필, 스탠드, 거울까지 섬세하게 재현해 놓아 방금 전까지 김수영 시인이 앉아서 작품을 쓰고 있었던 것만 같다"고 얘기했다.

지상 4층 규모의 김수영문학관에서는 시인의 시 179편, 산문 123편, 번역물 43편뿐만 아니라 시인이 생전 즐겨 읽었던 잡지, 봉투 뒷면에 급하게 써내려간 듯한 육필 원고도 만날 수 있다. 시인 김수영의 팬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빠져들고 싶은 공간이다.

"김수영이란 이름 자체가 문학"이라고 표현한 최순향씨(67·여)는 "문학계의 보석을 담고 있는 공간이 생긴 것 같다"며 "이 곳에서 소개되는 작품 하나하나가 정말 주옥 같다. 특히 작품 '풀'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들어오자마자 읽을 수 있어서 애정이 가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문학관 개관일인 만큼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들을 비롯해 여러 문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김 시인을 추억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감격스러움이 묻어나왔다.

시인 황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김수영 시인은 우리 삶의 실체를 성공적으로 작품화시켜 시를 삶의 목소리로 해방시킨 분"이라며 "우리에게 삶이 있는 한 그의 시 정신은 앞으로도 끝없이 발전할 것이다. 김수영문학관은 그래서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1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정희성도 "도봉구는 김수영 시인이라는 귀중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전까지 문학관이 없어 너무 안타까웠다"며 "이렇게 개관식도 열고 가까이에서 김 시인을 만날 수 있게 돼 좋다"고 기뻐했다.

개관을 축하하는 하늘의 선물일까. 이날 밖에서는 함박눈이 내려 문학관 지붕에 소복이 쌓였다. 야외 현판 제막식을 지켜보던 김정철씨(49)는 "눈을 맞고 있는데도 마음이 따뜻하다. 운치 있는 풍경과 함께 김수영 시인의 작품을 읽으며 사색에 빠질 생각에 설렌다"고 가슴 벅차했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시인의 향기를 전달할 김수영문학관은 시인의 작품과 육필 원고, 유품 등과 함께 관람객들을 기다릴 예정이다.
27일 오전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김수영 시인의 작품과 유품 등을 모아 소개하는 김수영문학관 개관식이 열렸다. (김수영문학관 제공) © News1


hkmaeng@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