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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 감독 "동성애 기독교인, 스스로 내몰지마"

최초 공개 동성애자 주교 다큐 보고 '눈물'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2013-11-05 04:43 송고 | 2013-11-05 05:05 최종수정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김승환 대표가 지난 9월7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2013.9.7 /뉴스1 © News1


2003년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공개' 동성애자 주교가 된 진 로빈슨을 다룬 다큐멘터리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감독 맥키 알스톤)을 본 김조광수 감독이 기독교인으로서 영화를 감상한 소감을 밝혔다.
김조 감독은 4일 저녁 7시30분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기독교 신자라 그런지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울게 된다"고 말했다.

김조 감독은 "지금도 성경에 근거해 동성애자에게 저주와 혐오를 보내는 많은 기독교인 중에 동성애 신자가 있을 거다. 단지 성경 몇 구절로 자신을 죄인이라 내몰 필요는 없다"면서 "한국 교회에선 (동성애 문제를) 잘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끝까지 그렇진 않을 것"이라고 희망을 심어줬다.

이어 "영화를 보며 부러웠던 건 미국 성공회 안에서 토론을 한다는 점, 토론 후 결정이 내려지면 이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일단 침묵하고 결정에 대한 뜻을 기도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게 신앙인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은 주교 진 로빈슨을 중심으로 동성애에 대한 미국 기독교계의 태도가 어떻게 점차 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2012년 선댄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뉴욕LGBT영화제 관객상, 리버런국제영화제 인권상을 수상했다. 원제는 'Love Free or Die(자유롭게 사랑하지 않는다면 죽음을)'다.

김조 감독은 "교회가 소외된 사람을 가장 먼저 품어야 하는데 성경에 근거해 인종, 여성 차별 등을 정당화했다. 교회는 가장 늦게 변한다"면서도 "그렇다고 교회를 떠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교회, 신자들의 문제지 내 신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조 감독의 배우자이자 영화를 수입한 퀴어전문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를 운영 중인 김승환 대표는 "결혼식날 무대 설치 전에 신의 계시를 받았다며 철야기도하고 노래부르거나 똥물을 뿌린 기독교인들에게 충격을 받았다. 기독교를 믿는 친구들이 많은데 도매금으로 매도당한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으로 정서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주춤하는 기독교인조차 성소수자 문제를 부담없이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영화 수입 배경을 말했다.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은 오는 14일 서울아트시네마, 아트하우스 모모, KU시네마트랩, KU시네마테크, 아트나인 등에서 개봉된다. 개봉 전인 현재 극장과 교회에서 공동체상영 중이다. 공동체상영 문의는 레인보우팩토리에 하면 된다.

영화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 포스터(레인보우팩토리 제공). © News1


gir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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