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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도 동물실험 윤리 개념이 없다<1>

대한민국에서 동물로 살아간다는 것<上>동물실험 윤리
윤리委 구성요건 무시 개선명령 1곳…보완요구 14곳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3-11-04 19:59 송고 | 2013-11-05 01:35 최종수정
편집자주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승화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동물권(動物權)에 대한 인식이 발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간과 짝이 돼 살아간다'는 의미의 '반려동물'에게도 인권(人權)과도 같은 개념의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뉴스1은 이같은 시대의 흐름속에서 '대한민국에서 동물로 산다는 것'이란 주제의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183만마리의 동물들이 실험실에서 사라지고, 유기동물 10마리 중에 1마리만 집에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동물권'이 필요한 부분은 실험동물과 유기동물이다. 뉴스1은 '동물실험 윤리(上)'와 '유기동물 보호(中)' '동물권(下)' 등 세차례로 나누어 보도하는 이번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 동물권의 현주소를 짚어본다.[편집자주]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서울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동물실험기관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ABMRC)' 오픈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동물단체는 연세대학교가 오픈한 에비슨 연구센터에는 개, 돼지 원숭이 등 7800마리 수용, 수용동물의 80%수준인 6000여마리를 동물실험에 사용할 계획이라 밝히며 '동물실험 지상주의'를 규탄했다. 2013.4.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최근 이웃집 개를 전기톱으로 죽인 50대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아 충격을 주었다. 사람에게 인권(人權)이 있듯이 동물에게도 동물권(動物權)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동물애호가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권의 확보가 보다 시급한 것은 실험동물들이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는 실험동물은 지금도 열악한 환경에서 생명을 잃는다. 연간 수만마리 동물들이 인간에게 버림받고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5일 뉴스1이 행정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입수한 '2012년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지도 감독 내역'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험동물들이 얼마나 비윤리적으로 다뤄지는 지 알 수 있다.
국내 동물 실험기관 대부분이 윤리규정을 어기는 등 심각한 운영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민간에 솔선이 돼야 할 공공기관조차 동물을 생명체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 문서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실험 기관 60개를 지도·감독한 한 결과 6개 기관이 '개선명령'을, 48개 기관이 '현지시정 및 보완요구'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6개 기관은 현재 동물실험을 실시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어 폐지권고를 받은 상태여서 이를 제외하면 지도·감독을 받은 동물실험 기관 100%가 동물실험윤리위(이하 위원회) 운영에 문제를 드러낸 셈이다.
관련 법령에 따라 위원회를 엄격히 운영해야 하는 공공기관도 동물실험 윤리 개념이 희박하긴 마찬가지였다.

공공기관 중 개선명령 처분을 받은 강원도 축산기술연구센터는 위원회 구성요건을 무시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위원회에는 해당 기관과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위원이 반드시 1명 이상 참여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밖에도 동물실험계획서 심의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표준 양식을 지키지 않아 '부실' 판정을 받았다. ▲동물실험 계획 승인 후 동물구매와 ▲연 1회 동물실험 실태조사 ▲위원회 회의록 작성 및 보관상태 등 위원회 운영의 기본 중 기본도 지키지 않아 이를 지적하는 내용이 A4 용지 한장 분량에 달했다.

현지시정 및 보완요구를 받은 곳은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해 국립암센터, 동남권 원자력의학원, 공군항공우주의료원, 대구시·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 등 질병 연구기관이 다수를 차지했다.

또한 강원도·경상북도 가축위생시험소, 경기도 북부·전라북도·충청북도 축산위생연구소, 전남 농업기술원 축산연구소, 제1군견훈련소, 포항테크노바이오 정보지원센터 등 총 14곳이었다.

© News1 류수정

위원회 구성 요건 위반 등 부실 운영, 동물실험 고통등급 엉터리 분류와 필요 이상 고통을 주는 실험 등 위반 사례도 다양했다.

이 중 질병관리본부는 동물실험계획서 심의와 관련해 고통등급의 분류기준과 인도적 종료시점을 재검토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실험은 동물에게 심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실험절차를 밟지만 실험 성격 상 마취·진정·진통제 등은 사용하기 어렵다. 이는 고통등급 'E'에 해당하나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실험도 'D'로 한단계 낮춰 실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이밖에도 현지시정 및 보완요구를 받은 공공기관은 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사전승인 후 실험 실시, 실험 승인 후 동물구매, 계획대로 실험을 실시했는지 점검 의무(PAM) 등을 내부규정에 두지 않아 단골로 지적 받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실험 실적 및 계획도 없어 위원회 폐지를 권고받았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의 실험동물들은 생명체로서 최소한의 배려도 받지 못한채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다.


chach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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