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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의 꼼수? 동양시멘트 법정관리로 투자자 뒤통수

"법원의 온화한 결정을 기대한 총수 경영권 유지 꼼수"
"베팅 통할 지는 미지수..투자자, 산업은행 등 반발 클 듯"
STX팬오션, 웅진홀딩스서도 총수 관리인 선임 배제돼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3-10-01 10:18 송고 | 2013-10-01 19:03 최종수정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 News1 허경 기자


동양그룹이 동양시멘트에 대해 채권단과의 협의도 없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시장과 금융권이 혼란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동양시멘트에 대해 계열사와의 관계를 정리하기만 해도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던 상황이라 이번 동양 측의 결정에 대해 더욱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재무구조가 다른 계열사보다 비교적 양호해 안심하고 있던 회사채나 CP(기업어음)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게 됐다.

동양그룹은 1일 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에 대해 춘천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동양시멘트는 (주)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에 이어 동양그룹 내 다섯 번째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동양시멘트의 은행권 여신은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35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액수가 크지 않다보니 법정관리가 아니라 자율협약을 추진했다면 상환기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컸다.

또 자체 발행한 CP도 겨우 300억원에 불과하다. 회사채가 2300억원 남아있지만 만기가 반년이 넘게 남아있어 상환에 쫒기는 상황도 아니었다. 올 6월말 현재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차입금은 1559억원이지만 단기금융상품 1084억원 보유하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도 200% 수준이다.
여유가 있다보니 채무은행들도 자율협약을 검토 중이었으며 금융당국도 은행 간의 이견 조율이나 다른 지원방안에 대한 고민을 하던 터였다.

한편 동양이 도와주겠다는 손길을 뿌리치고 동양시멘트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현재현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꼼수"라고 입을 모았다.

부채가 자산가치를 초과해 견디기 힘들어져서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경영권은 법원에서 행사하고 기존의 대주주의 주식은 무상소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여기에 빈틈이 있다.

현행법에는 법정관리시 기존 경영주에게 경영을 맡기는 '관리인유지(DIP)'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를 잘 아는 기존 경영자에게 기회를 줘서 기업회생이 빨리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법적 배려다. 회생에 성공한 기존 경영주는 회사를 되찾을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웅진홀딩스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에 현 회장도 법원의 호의적인 판단에 베팅하는 의미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합도산법에 따르면 경영부실의 중대과실이 있는 경우 현 경영진 법정관리인 선임은 제한할수 있다. 법원은 채권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본 후 관리인을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어쨌든 결정은 법원의 몫이기 때문에 채권단의 거친 결정을 받게되는 자율협약이나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상 워크아웃에 비해서는 부드러울 수 있다는 게 현 회장의 계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베팅이 계산대로 통할지는 미지수다. 경영실패에 대한 직접 책임, 구조조정이 지연된데 따른 책임과 그에 따른 막대한 투자자 피해, 동양매직이나 동양파워 매각 시도에서 보여준 경영권 집착 등은 관리인 선정사유에 흠이 될 요인이다. 손해를 본 회사채 투자자는 물론 산업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의 반발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법정관리기업은 채권단 입장이 반영된 사례가 적지 않다. 윤석금 회장도 DIP 제도를 이용해 관리인 되겠다는 의도로 법정관리 직전 웅진홀딩스 대표이사가 됐지만 채권단의 반발로 9일만에 물러났다.

또 산업은행에 매각하려다 실패한 뒤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팬오션도 원래 강덕수 STX그룹회장이 유천일 STX팬오션 사장과 함께 괸리인이 되려고 시도했으나 채권단의 반발로 실패했다. 재판부는 결국 유천일 STX팬오션 사장과 인수합병 전문가인 김유식씨를 STX팬오션 공동관리인으로 선임했다.

현 회장의 선택은 투자자에게 추가로 피해를 안겨주게 됐다. NICE신용평가는 이날 동양시멘트 CP 및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직전 B+에서 D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도 동양시멘트 CP의 신용등급을 직전 B-에서 D로,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B+에서 D로 강등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시멘트의 회사채와 CP 등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약 5000명으로 이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자들의 돈을 걸고 베팅을 한 셈"이라며 "최근 법정관리 사례를 보면 웅진홀딩스 회사채가 50%, 극동건설 회사채가 10% 정도를 각각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오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거의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khc@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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