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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직' 접은 제일모직, 회사명 '어쩌나'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2013-09-23 07:31 송고

패션사업을 계열사인 에버랜드에 넘기기로 결정한 제일모직이 회사명을 그대로 유지하게 될까?

23일 제일모직이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고 전자재료와 화학 등 소재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일모직이 회사명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바꿀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모직' 사업을 접은 제일모직이 회사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회사의 정체성 혼란을 초래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는 반면, 6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회사명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기업가치 훼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제일모직의 회사명 변경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부터 화학과 전자재료 사업에 뛰어든 제일모직은 주력사업의 무게추가 패션이 아닌 소재사업으로 이동한지 오래다. 지난해 매출비중도 소재사업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패션사업의 존재감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일모직 안팎에서는 늘 제일모직의 회사명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식시장에서 제일모직의 업종이 섬유업에서 화학업으로 바뀐 것이 지난 2000년이다.

실제로 제일모직은 창립 50주년을 맞은 지난 2004년 사명 변경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모태나 다름없는 '제일모직'을 버릴 수 없다는 반발에 부딪혀 사명 변경은 성사되지 못했다. 패션 관련사업 비중이 30%로 줄어든 이후에도 제일모직이라는 사명을 그대로 유지돼 왔다.
제일모직 패션 수송타워(사진=제일모직)© News1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라 보인다. 패션사업의 축소 정도가 아니라 사업 자체를 아예 떼어내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의 상징성도 중요하지만, 영위하지도 않는 사업을 회사이름으로 유지하게 되면 기업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력사업에 걸맞게 회사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주들의 사명변경 요구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 주주들은 그동안 사명이 회사의 사업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성장성이 없는 회사처럼 보인다며 사명변경을 요구해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은 섬유의류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성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며 "삼성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도 중요하겠지만, 지금 회사의 모습과 비전을 담은 회사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동안 사명변경의 걸림돌이 돼 왔던 '삼성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 때문이라는 주장도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많은 그룹과 기업들이 사업을 시작한 당시 회사명을 고집하는 대신 현재의 사업과 미래 비전을 담아 사명을 변경했고, 상당수가 이미지 개선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곳이 SK그룹으로 모태회사인 선경직물은 이후 사업내용 또는 기업비전에 따라 SK상사, SK글로벌, SK네트웍스 등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또 제일모직과 함께 삼성그룹이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제일제당 역시 그룹이 분리된 후 CJ로 그룹명을 바꿨다. 이밖에도 LG, 두산 등 창업할 당시 기업이름을 고집하는 곳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제일모직측은 "지금은 사업을 양도하겠다는 결정만 나온 것"이라며 "회사이름 변경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미정"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고심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을 양도하면서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즉 회사 창립부터 근간이 됐던 모직 관련 사업을 팔면서까지 변신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걸맞게 사명을 변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제일모직'이라는 상징성을 담으면서 '소재사업'과 '글로벌'을 반영할 수 있는 사명을 찾기 위해 내부적으로 고심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jinebi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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