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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에 부동산 팔아 현금화"…리츠 설립 '러시'

기업 자산매각 탈출구 역할…상업용 빌딩 매입해 운용
임대주택 리츠는 부진…정부, "稅혜택 등 제도 보완할 것"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2013-09-16 23:29 송고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설립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난에 봉착한 기업들이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목적으로 리츠에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영업인가를 신청한 리츠는 총 22개다. 지난해 영업인가를 받은 리츠가 11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까지 2배 늘어난 수치다.
올해 영업인가를 신청한 리츠들이 모두 인가를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지난해보다 최소 2배 이상 설립이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올해 리츠의 영업인가 신청건수는 월별로 보면 △1월 1개 △2월 1개 △3월 3개 △4월 5개 △5월 4개 △6월 1개 △7월 2개 8월 3개 △9월 2개 등이다. 리츠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등에 투자한 뒤 수익을 배분하는 간접투자상품이다.

리츠협회 관계자는 "올해 영업인가를 신청한 리츠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구조를 짜고 투자자 모집 등의 준비를 마친 곳"이라며 "지난해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따른 보유자산 매각이나 신사업 투자를 위한 현금 확보 차원의 부동산 처분 등도 많아 이를 인수하려는 리츠 설립이 상대적으로 활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츠업계 1위인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서울 을지로2가에 있는 오피스빌딩인 '파인애비뉴' B동을 매입하기 위해 영업인가를 받았다. 총 매입금액은 4760억원에 달하는 대형 리츠로 설립됐다. 시행사인 킴스아이앤디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매물로 나왔다. 킴스아이앤디는 건물 매각대금을 차입금 등을 갚는데 쓸 예정으로 알려졌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1가에 있는 '더프라임타워'매입을 추진하기 위해 '코크렙원효로 위탁관리리츠' 영업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올 5월 국토부에 영업인가를 신청한 '제이알제11호 위탁관리리츠'가 대성산업가스에서 보유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디큐브시티 오피스'를 인수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대성산업은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자 디큐브시티 오피스를 관계사인 대성산업가스에게 1429억원을 받고 매각했고, 대성산업가스 역시 자산 유동화를 통한 현금 확보를 위해 이를 1490억원에 제이알 리츠에게 팔았다.

이달 11일 영업인가를 낸 '마스턴제4호 위탁관리리츠'는 서울시 서초구 남부터미널 인근에 있는 국제전자센터 일부를 매입한다. 리츠는 총 사업비 982억원 규모로 인가를 추진 중이며 기관투자자들로부터 235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한국토지신탁의 리츠인 '케이원제3호 기업구조조정리츠'는 이달 9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벽산건설이 보유한 롯데마트 동대전점 인수를 위해 영업인가를 신청했다. 대전시 대동 160-1에 위치한 롯데마트 동대전점은 벽산건설이 소유한 자산 중 가장 큰 규모다. 매각가는 200억원 안팎이다. 벽산건설은 이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정상화를 위한 경영권 매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6월 선보인 '케이리얼티제3호 위탁관리리츠'의 경우 GS건설이 갖고 있던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롯데마트 송파점을 인수했다. GS건설은 최근 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롯데마트 송파점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리츠는 기관투자자로부터 1240억원을 모아 약 2000억원의 자금을 들여 인수했다.

지난 6월 영업인가를 받았던 '마스턴 제5호 위탁관리리츠'는 서울 노량진동에 위치한 학원건물의 임차권을 매입한 뒤 운용하고 있다. 이 리츠는 현금을 필요로 하되 소유권 매각을 꺼리는 건물주의 특성을 고려해 상가의 전세권리만 취득, 임대수익을 거둬 운용하는 새로운 구조를 마련한 사례로 꼽힌다.

한 리츠회사 대표는 "수년전 서울 도심에 오피스 빌딩 신축 붐이 일어난 후 1~2년전부터 공급물량이 일시에 몰리자 공실률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그동안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로 매물로 내놓지 않고 있다가 금리 인하 추세로 인수자를 찾기 수월해지자 최근 빌딩 매각을 다시 추진하면서 리츠 설립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반면 리츠가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여 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유도한다는 정부의 기대는 아직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2009년과 2010년에 총 9개의 미분양 리츠가 설립됐고 올 상반기 모두 청산된 후 아직 추가적인 설립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주택을 취득한 뒤 임대수익을 거두는 것보다 상가나 오피스에 투자해 얻게 될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미분양 리츠 설립이 활발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외국에 비해 임대료 수준이 낮아 리츠가 미분양 아파트를 취득한 뒤 임대수익을 거두면 연 6%수익률을 맞추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리츠에게 재산세 등 세제감면을 추진 중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민간의 기대 수익률을 정책적 인센티브로 맞춰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리츠의 공모주식 최소 발행 기준 등을 완화해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byj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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