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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농식품부, 국민혈세 4000억 날렸다

식품산업육성 위해 선정한 67개 사업단 절반이 문닫아
허술한 운영에 사업단 곳곳 비리...제대로 처벌조차 안해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 2013-09-08 22:29 송고 | 2013-09-10 05:01 최종수정

정부가 지난 8년간 4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한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이 허술한 운영으로 부실과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9일 뉴스1이 단독 입수한 '광역도단위 식품산업단지 조성 타당성연구(이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67개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단(이하 사업단) 가운데 문을 닫았거나 조만간 문을 닫게 될 지경에 처한 사업단은 32개로 전체의 50%에 육박했다. 살아남았더라도 정부 지원에 의존해 근근이 운영되고 있는 사업단이 대부분이다. 이 용역보고서는 지난해 10월, 농식품부가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진행된 사후평가서다.
◇8년간 4000억 지원한 67개 사업단 절반이 '폐업'

'지역식품육성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2005년부터 지역농업 경쟁력 강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글로벌 농산물브랜드의 침투에 대응한다며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한 식품산업육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2005년 사업출범 당시 '지역농업클러스터사업'이라는 명칭으로 시작돼 지금까지 8년간 4차례에 걸려 67개 사업단에 총 4000억원이 투입됐다. 산·학·관·연 네트워크를 통해 만들어진 전국 67개 사업단은 3년간 평균 50억원씩을 지원받았다.
출처: 농식품부가 의뢰한 '광역도단위 식품산업단지 조성 타당성연구' 발췌 © News1 이은지 기자


그러나 사업단으로 선정돼 정부 지원금을 받은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곳이 대부분이다. 사업출범 원년인 2005년에 선정된 사업단 대부분은 전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떨어졌다. 심지어 정부 지원이 종료되자 자금난으로 문을 닫은 곳이 80%나 됐다. 2008년에 선정된 사업단들 역시 영업이익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축산분야에서 이같은 현상은 가장 두드러졌다. '강원영동한우령사업단'은 2009년 매출 42억원을 기록했지만 2010년에 14억원으로 급감했다. '홍성백년대계한우사업단'은 2010년 지원이 종료되자 17억원에 이르던 매출이 2011년에는 8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사업단의 사후평가를 담당했던 중앙대 산학협력단은 "지원금이 대부분 시설물 투자나 판매유통 등 단기성 사업에 투자된 곳이 대부분이어서 지원이 종료된 이후 재정난을 겪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9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던 '백두대간클러스터사업단'도 2012년 매출이 12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임실치즈클러스터'는 589억원에서 362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농식품부, 사업단 매출 뻥튀기…"평균 170% 성장"

상황이 이런데도 농식품부는 사업단에 참여한 기업들의 매출액이 사업추진 첫해와 비교했을 때 2012년에 평균 170% 성장했다는 '엉터리 수치'를 내놨다.

농식품부 내부 평가자료에는 '무주산머루클러스터사업단'의 경우 사업단으로 선정될 당시 매출이 900억원으로 기록돼 있지만 2012년 기준 매출은 36억원 수준이다. 실제 매출보다 30배나 부풀려 잘못 보고됐지만 농식품부는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무안황토고구마클러스터'의 매출은 120억원으로 기록돼 있지만, 실제 매출을 확인해본 결과 120억원의 20% 수준인 32억원에 불과했다. '서부충남고품질양돈클러스터사업단'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업단의 실제 매출액은 120억원이지만 정부 보고서에는 387억원으로 뻥 튀겨져 있다. '청정약용작물클러스터' 매출액은 30억원이지만 정부보고서에는 706억원으로 표시돼있고, 8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고 표시돼 있는 '서산생강클러스터' 사업단은 취재 결과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농식품부가 의뢰한 '광역도단위 식품산업단지조성 타당성 연구' © News1 이은지 기자


'매출 뻥튀기기' 보고서에 대해 농식품부는 사업초기 시행착오로 2005년, 2008년 사업단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1년 4차로 선정된 13개 사업단 가운데 5개 사업단은 올해 사업계획서가 승인되지 않고 있다. 올해가 마지막으로 지원하는 해지만, 정부는 사업단의 사업계획서가 정책취지에 맞지 않는다거나 부실하다는 이유로 사업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5개 사업단과 정부의 갈등은 매우 심각하다. 올해 사업계획서 승인을 받지못한 5개 사업단은 '멍게사업단', '부산해양생물산업화사업단(이하 부산해양사업단)', '광주명품김치산업화사업단', '경기북부한돈조합', '친환경농식품클러스터사업단'이다. '주식회사'로 출범한 멍게사업단은 지난해 농식품부로부터 '사단법인'으로 변경하지 않으면 예산을 더이상 집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멍게사업단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사업시작 8년만인 지난해 5월에서야 '사업단 운영에 관한 업무편람과 비용지출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으니, 그동안 예산이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됐음을 의미한다.

◇곳곳이 비리…적발하고도 '솜방망이' 처벌

사업단의 비리도 횡행했다. 2010년 정부가 2005년, 2008년 선정된 사업단 42곳을 대상으로 내부감사를 실시한 결과, 총 14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경산종묘클러스터사업단'은 사업단장을 맡은 대학교수가 15건의 연구용역계약을 체결하고 6억5000만원의 연구비를 챙겼다. 최종보고서 내용이 극히 부실하고 8건의 보고서는 제출기한을 경과했는데도 지연배상금을 내지 않았다. 정부는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고작 7040만원의 지연배상금만 징수하고 말았다. 6억원을 '꿀꺽'한 사업단장에 대해 그 어떤 법적조치도 하지 않은 채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데 그친 것이다.

'남해보물섬클러스터사업'은 지원배제 대상인 농가 비료, 종자 등에 총 4644만원을 투입했고, 보조금으로 설치한 저온창고를 중앙관서의 승인없이 민간업자에 임대해 1458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경남서북부한우클러스터사업단'은 조경수를 104수를 덜 심고도 사업비 전액을 지급받아 1055만원을 과다하게 챙겨갔다.

지역 농산물로 식품사업을 육성하겠다고 추진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야심찬 계획은 결국 부실운영과 비리로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 8년간 지역식품육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2010년 딱 한번 10일 동안 내부감사를 실시했을 뿐이다. 내부감사에서 비리가 적발됐는데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은 커녕 후속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 담당 공무원조차 "그동안 허술하게 운영돼온 점을 인정한다"고 시인할 정도다.

결국 정부의 안일한 운영과 무관심한 태도로 아까운 국민혈세 4000억원을 날려버린 셈이다.


l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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