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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전쟁 '수 싸움'? SKT에 물어봐

(서울=뉴스1) 지봉철 기자 | 2013-08-05 01:39 송고 | 2013-08-05 03:44 최종수정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왼쪽)이 지난 2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학부에서 1.8㎓와 2.6㎓ 주파수 할당 경매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2013.8.2 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4조원대 '쩐의 전쟁'으로 흐르고 있는 이번 황금 주파수 경매의 초점이 서서히 SK텔레콤으로 모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이 사실상 이번 경매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SK텔레콤이 어느 대역 경매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이번 경매결과가 크게 엇갈릴 수도 있어 SK텔레콤의 전략이 이번 주파수 경매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주파수 경매안© News1

◇SKT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주파수 경매'

8월 하반기에 있을 이번 주파수 경매는 '밴드플랜1'과 '밴드플랜2' 경매안 2가지를 모두 경매에 부쳐 최종 경매가의 합이 높은 밴드플랜을 경매 방안으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밴드플랜1은 2.6㎓ 주파수 대역의 각각 상·하향 40㎒대역폭인 A1·B1 블록과 1.8㎓대역의 C1블록(35㎒대역폭)으로 구성돼 있다. 밴드플랜2는 밴드플랜1 블록에 KT 보유 주파수와 인접한 1.8㎓ 대역의 D2블록(15㎒대역폭)이 추가돼 있다.

이중 밴드플랜1의 C1블록은 이미 1.8㎓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과 KT의 참여가 배제돼 있어 이변이 없는 한 LG유플러스의 단독 참여가 확실시되고 있다.

KT 역시 미래부가 "내년 말까지 추가 주파수 할당은 없다"고 못 박은 상태라 밴드플랜2의 1.8㎓ 자사 인접대역(D2블록) 주파수를 따내기 위해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관심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의 선택에 따라 3사가 주파수를 사이좋게 나눠 가질 수도 있고 아니면 피 튀기는 경쟁을 할 수도 있다.

예컨대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가 선택할 것으로 보이는 밴드플랜1이 아닌, 밴드플랜2의 A2·B2·C2 블록 중 한 군데에 입찰하고, KT가 D2블록에 입찰하면 경매는 예상보다 싱겁게 끝날 수 있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경매에서 1, 2위 사업자와 현금으로 맞붙기에는 벅찰 수밖에 없어 나란히 밴드플랜2의 한 블록씩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이같은 쉬운 길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표면적으로 이번 경매의 핵심이 KT가 1.8㎓ 대역의 자사 인접 주파수(D2블록)를 확보해 '광대역'서비스에 나설 수 있느냐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KT견제의 의미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T가 D2블록을 확보해 광대역화를 이룬다면 큰 돈 들이지 않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롱텀에볼루션(LTE)용 기지국을 활용해 LTE 어드밴스트(LTE-A)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자칫 먼저 LTE-A 서비스를 시작한 SK텔레콤조차 기지국 수에서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셈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KT와 LG유플러스는 운신의 폭이 좁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봐야 한다"며 "SK텔레콤은 경쟁사의 이득을 막는 동시에 자사의 실리와 이동통신시장의 미래가치도 챙겨야 하는, 말 그대로 진정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캐스팅보트 손에 쥔 SKT, '1.8㎓·2.6㎓ 모두 OK'

물론 SK텔레콤이 밴드플랜1의 A1·B1 블록 중 한 군데를 선택한다면 주파수 경매 가격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대 KT의 구도가 형성되며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게 된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1에서 경매가를 높이며 50라운드의 오름 입찰을 거친 후, 단 한 번 이뤄지는 최종 밀봉 입찰에서 밴드플랜2의 A2·B2·C2블록에 최초 입찰가를 써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싼값에 주파수를 가져가게 되고, KT는 D2를 얻는 대가로 수조원대의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지금까지 자신들의 '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의 입장은 "1.8㎓와 2.6㎓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어느 밴드플랜을 선택할 지 확정되지 않았다"이다. 어느 주파수 대역에 참여할지를 사전에 모의하거나 공개할 경우 담합에 의해 주파수 할당을 취소당할 수도 있는 만큼,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 입장에서는 1.8㎓와 2.6㎓ 모두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1.8㎓(C2블록)는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가치가 검증된 대역이고, 2.6㎓(A, B블록)는 차세대 통신시장의 주력이 될 수 있을 만큼 잠재가치가 크다. 특히 SK텔레콤도 2018년에는 2G 서비스를 종료해야 하는데, 2.6㎓는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와일드카드로 써먹을 수 있다.

향후 전세계적으로 2.6㎓에서 LTE-A를 서비스하는 추세가 확산될 경우 단말기 수급 및 로밍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보기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서 주파수 경매의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이통3사가 어떤 상황판단을 하고 어떤 전략을 가져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도성 KT 주파수전략담당-네트워크전략본부 상부보(가운데)가 지난 2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학부에서 1.8㎓와 2.6㎓ 주파수 할당 경매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2013.8.2 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불리한 판 깨기' KT의 마지막 승부수

한편 KT는 "900㎒ 활용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혀 속단을 경계했다. 경매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경우 D2 블록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KT가 마지막 50라운드 즈음에 D2 블록을 포기하고 손을 떼면 밴드플랜1에서 경매가를 높여놨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비싼 값에 주파수를 인수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KT는 원하는 주파수를 놓치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약 1조원 이상 비싸게 주파수를 사는 셈이다.

따라서 KT 인접대역인 D2블록의 가격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느냐에 따라 전체 주파수 경매의 향방이 크게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는 D2블록의 낙찰가가 2조 원을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전체 낙찰대금은 4조 원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


jan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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