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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글로벌 경쟁시대 "구글 비해 네이버는…"

[뉴스1 창사 2주년 기획] 창조경제 로드맵을 짜자
네이버는 韓스타트업 대표적 '성공모델'...세계화 성공여부 '주목'

(서울=뉴스1) 지봉철 기자 | 2013-07-17 05:24 송고 | 2013-07-17 06:17 최종수정

"실리콘밸리가 한국과 다른점요? 글쎄요. 대통령보다 네이버 대표가 더 환대를 받는 그런 곳이라고 할까요."(알토스벤처스 김한준 대표)

"구글에 비하면 네이버가 세계적으로 큰 회사도 아니고 독점적 사업자도 아닌데, 시장지배적 사업자라 할 수 있나요."(KTB벤처스 이호찬 법인장)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연구소에서 '인터넷 산업, 공정과 상생'이라는 주제로 열린 간담회 /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벤처캐피털리스트(VC)들은 약속이나 한듯 돌아가며 '네이버'를 입에 올렸다. 얼핏 듣기에는 이들이 네이버에 대한 개인 소견을 피력한 것처럼 들리지만, 내용을 한꺼풀 벗겨보면 정부의 규제가 인터넷 산업의 활력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인터넷 생태계안까지 깊숙이 들어오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목소리의 기저에는 구글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는 네이버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가 깔려 있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물론 글로벌 미디어 산업은 '구글'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글이 구축해온 검색기술, 위치기반기술과 빅데이터처리기술 등이 모바일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은 차세대TV, 안드로이드OS, 증강현실 안경, 인공지능 자동차까지 개발하면서 미디어와 통신시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

결국 구글과 네이버같은 대형 포털을 정부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국내 ICT정책의 큰 그림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들이 인터넷 골목상권 논란의 상징적인 이슈로까지 비화한 네이버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인 이유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 © News1

◇"구글에 비하면 네이버도 중소기업, 국내 잣대로는 안돼"

실제 미국에서 벤처투자를 하고 있는 이호찬 KTB벤처스 실리콘밸리 법인장은 "글로벌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구글, 네이버와 같은 대형포털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한국은 네이버에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인수합병(M&A)을 요구하는 동시에 '시장지배적사업자'로 규제하려는 모순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NHN이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지정되면 대규모 투자나 M&A를 추진할 경우, 승인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생태계에서 정부의 활성화 대책같은 것은 무의미하다는 견해다.

특히 인터넷 시대에 세계는 이미 무한경쟁에 진입했는데 국내 시장만을 보고 과거 잣대로 규제하려는 것은 잘못이란 지적도 내놨다.

이 법인장은 "구글에 비하면 네이버가 전세계적으로 큰 회사도 아니고 국경의 장벽이 없는 인터넷 산업을 독점이라는 틀 속에 맞추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국도 이스라엘이나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모적인 논쟁에 앞서 근본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도 보호 일변도의 정책 추진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창업한 기업 중 90%가 도태되는데,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모든 회사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주는게 중요하지, 골목상권이라고 편들어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작은 기업들도 큰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넘어서야지 억지로 경쟁을 피하게 하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로 대표되는 국내 인터넷 산업의 규제가 자율성과 다양성의 제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다.
이호찬 KTB벤처스 법인장© News1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탈규제 정책이 역차별 없애"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에서 글로벌 성공을 거둔 기업이 탄생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분석에서 정부의 규제를 그 한 원인으로 꼽았다.

인터넷 규제가 강화되고, 이런 규제가 인터넷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정부에서는 기업 육성보다는 통제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시장에서는 엄격한 규제가 기업활동에 장애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탈규제 정책이 구글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기 위한 일차적 조치라는 견해다.

실리콘밸리의 VC들의 견해도 이와 다르지 않다.'창업→성장→회수→재투자·재도전'의 과정이 물 흐르듯 막힘없이 순환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제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상승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최근 여의도연구소 정책 간담회에서 포털 검색엔진에 대한 바람직한 규제 정책도 경쟁사업자에게 피해를 끼치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소비자 후생을 우선시하는 정책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실상 시장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덧붙여 인터넷은 태생적으로 글로벌한 것으로, 국내 업체들이 자칫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법인장은 "정부가 시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생태계안까지 들어와 휘저으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은 앞으로도 한국에선 나오기 힘들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지원해야 할 일과 시장경쟁에 맡겨야 할 일의 경계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jan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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