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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아저씨, 제발 그만하세요"...'갑을 성폭력' 만연

"뿌리깊은 가부장적 남성 권위의식에서 비롯"
"성평등교육 강화해 한국사회 인식 개선해야"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2013-05-15 06:30 송고 | 2013-05-15 06:37 최종수정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수행 중 인턴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약자에게 자행되는 '갑을(甲乙)' 관계 성폭력 사건이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사건 등 끊임없이 벌어지는 갑을 관계에서의 성폭력은 한국사회에 깊숙히 자리잡은 남성들의 가부장적인 권위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교육을 통해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갑을 관계 성폭력' 만연한 한국사회

윤창중 사건으로 인한 충격이 한창이던 지난 13일에는 여비서 성추행 혐의를 극구 부인해온 한국인터넷진흥원 서종렬 전 원장(54)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씨는 자신의 비서 업무를 맡고 있던 A씨(31·여)를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위력에 의한 추행)로 징역 5개월을 선고받았다.

같은 날 PC방 주인이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온 여학생을 강제로 껴안은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다음날인 14일에는 강원랜드 직원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여성 근로자에게 성희롱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강원랜드 대리급 직원인 이모(35)씨는 아르바이트생 이모(26·여)씨가 회사 교육생 모집에 지원한 것을 알고는 합격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며 우월적 지위를 과시하기까지 했다.

갑을 관계의 성폭력은 상사가 부하직원을 상대로 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사가 학생을 상대로 자행되고 있으며 심지어 친딸을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아버지가 경찰에 구속되는 사건도 심심치 않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아동에 대한 성폭행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고위층 및 연예기획사 대표의 연예인 성상납 강요 등 갑을 관계에서 이뤄지는 성폭력은 우리사회에 전반에 만연해 있는 상태다.

갑을 관계 성폭력이 만연하고 있지만 처벌은 미미해 우리사회가 성폭력을 방관·방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성추행 포함) 발생건수는 2만2935건, 이중 13세 미만 성폭력은 1086건으로 전체의 4.7%에 달했으며 장애인대상 성폭력은 656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전체 성폭력 발생건수 중 구속은 2490건에 그쳤고 1만8781건은 불구속 조치됐다.

◇ 뿌리깊은 가부장적·권위주의적 인식 개선이 '시급'

이같은 갑을 관계 성폭력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만연한 것은 한국사회에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는 가부장적, 권위적 문화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사회 전반에서 양성평등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김인숙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조직내에서 벌어지는 폭력들은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문화나 권위적인 문화,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의 하나"라며 "이런 조직문화를 바꾸는 교육부터 시작해야 갑을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내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합리적으로 풀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항상 주장해 오지만 막상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사건에만 주목하고 개인만 문제화하며 평상시에는 잊어 버린다"며 "한국사회의 문화를 바꾸고 시스템을 바꾸는데 가장 중심적으로 움직여야 할 고위 공직자, 정치인 등이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인권인식 등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위직과 정치인들의 인식 바꾸기 위해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현재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는 성희롱 예방 등의 교육만이라도 강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들과 기업의 고위 임원들에게는 양성평등 사상 교육이 제대로 안돼 있다"며 "여러 문화적인 원인도 있지만 교육 부족이 근본원인이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 3일동안 하루 두시간씩 강도 높은 양성평등, 인권 등의 교육을 받고 있지만 우리의 교육은 매우 형식적이다"며 "올해 UN의 여성이슈 중 성폭력, 가정폭력 등 폭력 근절이 최고 이슈로 고위 공직자의 경우 1년에 3~4차례 교육을 실시하는 등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법과 제도 개정을 서둘러 처벌수위도 높여야 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뉴욕타임즈도 최근 윤창중 사건을 보도하며 젊은 여성을 상대로 한 성희롱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 한국사회의 풍토를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권력을 가진 사회 지도층 남성은 여전히 젊은 여성을 상대로 하는 성희롱을 큰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senajy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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