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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무관심에 방치된 패륜 가족 상속권…'구하라 친모' 사건 반복 이유

헌재 결정까지 눈치만 본 정치권…20, 21대 국회서 또 자동 폐기
54년 연 끊었던 모친, 보험금 요구…법원은 "받아도 된다" 판결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24-04-27 08:10 송고 | 2024-04-27 11:41 최종수정
가수 고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관계자가 조문객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2019.11.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가수 고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관계자가 조문객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2019.11.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패륜 가족'의 유류분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향후 상속권 전반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수 고(故) 구하라 씨 친모의 상속 요구 사건을 계기로 발의된 '구하라법'의 재입법 추진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27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구하라법'이 21대 국회에 계류 중이다.
◇ 상속 결격 사유에 '양육 방기' 등 추가…'구하라법'은 계류 중

해당 법안은 2019년 11월 구 씨가 사망한 뒤 20년 넘게 연을 끊었다는 친모가 뒤늦게 나타나 상속 재산을 요구한 사건을 계기로 발의됐다.

이에 앞서 천안함 침몰 사고, 세월호 사고 등 재난재해 사고 이후 양육 책임을 방기한 친부모가 보상금·보험금을 달라며 소송을 내거나 재산 상속을 주장하는 등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사건도 있었다.
구하라법의 핵심은 민법 1004조에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즉 부모가 자녀 양육을 게을리하는 등 '양육 의무를 중대하게 위배한' 경우 부모를 상속인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서 의원은 제안 이유를 통해 "현행법상 상속인은 피상속인과 혈연관계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상속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며 "직계존속, 피상속인, 선순위 상속인 등을 살해한 경우 등을 제한적으로만 상속결격 사유로 인정하고 있어 제도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계류 중으로, 다음 달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서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거제도 앞바다에서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동생의 사망 보상금을 모두 가져가려고 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2023.6.1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거제도 앞바다에서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동생의 사망 보상금을 모두 가져가려고 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2023.6.1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구하라 재산 40%, 20년 연 끊은 친모 몫…"이해할 수 없는 판결" 목소리

당시 논란이 됐던 구 씨가 남긴 재산의 40%는 결국 친모의 몫이 됐다. 법원이 2020년 구 씨 친부와 친모가 6대 4 비율로 유산을 분할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친으로부터 상속분을 넘겨받은 구 씨의 오빠와 친모에게 법정상속분이 각 50% 인정되는 가운데, 약 12년 동안 홀로 구 씨 남매를 양육한 부친의 기여분이 20%로 정해져 이같이 결론이 내려졌다.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폭풍우를 만나 실종된 고(故) 김종안 씨의 친모가 실종 소식을 듣고 54년 만에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한 사건도 있다. 친모가 김 씨 남매를 떠났을 때 김 씨는 겨우 2살이었다.

김 씨 앞으로는 사망 보험금 2억 3000여만 원과 선박회사 합의금 5000여만 원 등 약 3억 원의 보상금이 나왔는데, 1심과 2심은 모두 "친모가 사망 보험금을 받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유족 측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상고했다.

헌재가 '유류분 상실 사유' 등을 두지 않은 민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은 반복되는 '패륜 가족'의 상속 주장에 대한 국민 반발 여론을 숙고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전날 오후 현행 유류분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것(민법 1112조 1~3호) △부양 기여분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은 것(민법 1118조) 등은 헌법에 어긋난다고(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특히 유류분 상실 사유와 관련해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2025년 12월 31일까지만 법의 효력을 인정하고, 그전까지 입법 개선을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개원하는 22대 국회는 내년 중으로 유류분 제도에 대한 대체입법을 해야 한다.

이에 더해 헌재가 '패륜 가족'의 상속 주장에 대한 경종을 울린 만큼, 상속 결격 사유를 정하는 민법 1004조 또한 다시금 여론의 관심을 얻어 구하라법 입법 추진이 다음 국회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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