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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과 수장한 내연녀, 한 달 후 시신으로 떠올랐다…여수 백야도의 비극

돈 빌려주고 못받자 4억대 사망 보험금 노려 살해[사건속 오늘]
단순 실족사 결론 수사 중단…어민이 시신 발견 신고후 재수사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2024-04-24 05:0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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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오직 돈 때문에 살해당한 사람의 운명은 최악의 비극이다. 더구나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면 저승에서도 원통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여기 하마터면 묻힐 뻔한 사건이 있다.
◇ "여기 사람이 빠졌어요"

11년 전 오늘 119로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신고자인 여성 B 씨(당시 42세)는 사건 전날 (2013년 4월 23일) 고흥 나로도에 여행차 방문했다가, 새벽 집으로 가던 길 사진을 찍으러 갔던 선착장에서 일행이 바다에 추락했다며 신고 전화를 했다.

함께 여행 중이던 목격자 여성 C 씨(당시 43세)와 신고자 B 씨는 지인 A 씨(당시 34세)가 바다에 빠졌다는 신고를 하며 충격을 받은 듯 목소리까지 떨며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하지만 B 씨의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실종자 A 씨를 찾지 못했고, 현장에서 실종자의 운동화 한 짝만 찾을 수 있었다.

용감한형사들3 방송 화면 갈무리
용감한형사들3 방송 화면 갈무리


◇단순 실족 결론 수사 중단…한 달 후 발견된 사체


당시 단순 실족이라 생각한 경찰과 소방은 결국 시신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정황 등을 다수 포착해 타살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증거는 찾을 수 없었고, 또 실종 여성 수색 한 달 반 만에 경찰과 소방은 수사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여러 가지 정황과 물리적인 상황이 '단순 실족'에 더 무게추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중단 다음 날인 6월7일 오후 3시쯤 여수 백야도에서 시신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발견했다며 한 어민의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한 여성의 사체를 확인했다.

익사로 추정되는 여성의 사체는 심하게 부패해 있었다. 하지만 앞니가 부러져 있었고 몸 전체가 철망에 감겨 있는 등 타살 가능성이 있는 흔적이 확인돼 경찰은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팀은 심하게 훼손된 사체에서 손가락 껍질 등 소량의 지문을 힘겹게 채취할 수 있었고, 신원 조회 결과 시신의 신원이 A 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당의 범죄가 완전범죄로 끝날 뻔한 순간 '결정적인 물증'을 숨진 A 씨가 제공한 순간이었다.

◇사채 등 빚으로 허덕인 A 씨…한 달여 여 전 변경된 4억원대 사망보험금

경찰은 조사 결과 A 씨가 평소 빚으로 힘들어했고, 친정아버지가 4000만 원을 갚아 주기도 했으며 전 남편도 6000만 원 정도의 빚을 갚아 줬다는 채무 사실을 알게 됐다.

또 A 씨는 결혼 후 씀씀이가 커져, 남편 몰래 사채를 쓰면서 2012년 이혼까지 하게 됐다.

경찰은 당시 먼저 신고 전화를 건 B 씨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신고 당시 B 씨의 목소리가 너무 차분해 보였던 점, 또 시신을 발견할 수 없었던 점 등에 주목했다.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부부 사이가 아님에도 A 씨의 사망보험금 수령자가 남성 D 씨(당시 34세)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포착하며 그들의 관계에 특히 더 집중했다.

A 씨는 짧은 기간 4개의 사망보험금이 4억 3000만원에 달하는 생명보험에 가입했으며 보험 수령자가 본인이 사망하기 한 달여 전 갑작스레 D 씨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보험금을 노린 살해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용감한형사들3 방송 화면 갈무리
용감한형사들3 방송 화면 갈무리


◇내연녀 살해 공모한 사채업자…두 여성에게 "수면제 먹여라" 범행 제안

A 씨가 실족했다고 태연하고 침착하게 신고한 B 씨와 C 씨, 그리고 D 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수사를 하기 시작한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사람이 사채업자 D 씨였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두 여성 B, C 씨는 A 씨와 교제 중이던 D 씨에게 4억 원이 넘는 보험금을 나눠 갖자는 제안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D 씨는 한 식당에서 피해자 A  씨에게 수면제를 탄 막걸리를 마시게 하고 잠이 들게 만든 뒤, 이튿날 B 씨 등과 함께 목 졸라 살해한 뒤 A  씨를 시멘트 블록과 철망, 벽돌을 함께 묶어 여수 백야대교 아래 바다로 빠뜨려 유기했다.

경찰은 숨진 A 씨의 내연남인 D 씨와 지인 B 씨, C 씨( 등 3명을 살인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조사 결과 사망한 A 씨는 B 씨, C 씨와 사망 3년 전 네일아트 샵에서 만나 우연히 친해진 관계였다. 또 A 씨는 평소 사채를 빌려 써 7000여만 원의 빚이 있었고 이 빚을 갚기 위해 사채를 썼으며 그 사채를 빌려준 사람은 D 씨였다. 또 D 씨는 A 씨와 내연관계였다.

용감한형사들3 방송 화면 갈무리
용감한형사들3 방송 화면 갈무리


◇보험금 노려 내연녀 살해, 징역 20년…공모자들은 감형

1심 재판부는 "사망보험금을 타 낼 목적으로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다음 평소 가까이 지내던 A 씨를 살해한 뒤 시체를 바다에 유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D 씨는 범행을 제의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으나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특히 반성이나 참회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 무거운 처벌을 면할 수 없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B 씨와 C 씨에 대해서는 "범행 제의를 받아들여 A 씨를 유인했다. 범행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중형을 면할 수 없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며 각각 징역 20년에 처했다.

2심 재판부는 D 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D 씨가 생명을 경제적인 이득으로 생각하고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1심에서 선고한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B 씨와 C 씨에 대해서는 D 씨의 제의로 범행에 가담했고,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5000만원을 공탁한 점을 이유로 각각 징역 12년과 15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간접증거를 종합적으로 보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살해 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거나 명시적으로 공모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공동 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 연락이 있으면 살해 공모 사실을 인정할만 하다"고 판시했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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