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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무죄에 '즉각 항소' 아닌 '판결문 검토' 이유는…고심하는 검찰

'사법농단' 양승태 1심 무죄…검찰 "판결문 분석해 항소 결정"
초유의 前대법원장 구속 수사…관련 사건 항소 포기 전례 없어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2024-01-29 11:45 송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의 1심 무죄 판결이 선고되자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 전 대법원장에 앞서 선고된 관련 사건 직후 "즉각 항소"라고 밝힌 전례를 고려하면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법농단 사건 상당수의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서 검찰도 무죄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항소심 판단을 구할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 수사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다면 '수사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라는 시각도 부담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판결 직후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지난 26일 밝혔다. 앞서 법원은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검찰 "판결문 분석해 항소 결정"…관련 사건은 무죄 직후 항소 의지

2017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불거진 이후 검찰은 전·현직 법관 14명을 재판에 넘겼는데 무죄 판결 직후에는 대부분 항소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선 양상을 보였다.
검찰은 2020년 1월 사법행정권 사태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무죄 판결 직후 "항소를 통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같은해 2월13~14일 잇따라 선고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임성근 부장판사의 무죄 이후에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2021년 3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의 유죄 판결 직후에는 "위헌적 재판 개입 행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최초 판결"이라며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무죄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낸 것은 앞서 확정된 주요 판결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법관 중 대법원 판단을 받은 6명의 전직 법관은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이민걸 실장과 이규진 상임위원은 2심까지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으나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법농단 수사 당사자가 현 정부 주요 인사라는 점에서 항소 가능성을 쉽게 점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 수사팀을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었고 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항소 여부에 따라 정치 공방으로 격화될 수 있단 의미다.

그뿐만 아니라 공소장만 300페이지에 육박하는 방대한 사건 기록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도 검찰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구속수사' 전 대법원장 항소 포기 부담…직무 범위 등 재판부 인정 범위 살필 듯

반면 사법농단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이 2심 판단을 구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검찰은 앞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앞서 전직 판사들의 1·2심 판결 직후 항소·상고를 거듭하며 대법원 판단을 받았다. 이민걸 전 실장과 이규진 전 위원의 유죄뿐 아니라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원장의 무죄 판결 이후에도 상급심 판단을 구했다.

특히 사법부 수장이 사법농단 사태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구속수사까지 벌인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항소를 포기할 경우 사실상 '정치 수사' 또는 '수사 참패'를 자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부담이다.

검찰은 판결문에서 재판부의 직권남용 인정 범위를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직무 권한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는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 만큼 법원이 대법원장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26일 법원은 가장 큰 관심을 끈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에서 대법원장의 판결 관련 보고서 작성·전달 지시는 직무권한이 있다고 보면서도 남용이나 권리행사방해 등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권한과 실제 권리 행사도 없다고 봤다.

검찰 판단은 오는 5일 선고를 앞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판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임 전 차장을 "사법행정권 남용 총책임자"라며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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