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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운동가 묘지 '보존 거부' 한 광주시…법원 "위법"(종합)

근린공원 특례사업 부지 내 묘지…심의 없이 거부
최종섭 선생 유족 1심 패소했으나 항소심 승소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2023-12-06 16:31 송고
광주고등법원의 모습. /뉴스1 DB
광주고등법원의 모습. /뉴스1 DB

광주시가 근린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하면서 항일독립운동가 고 최종섭 선생의 보존묘지 지정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시는 근린공원 특례사업 부지 안에 위치한 독립운동가의 묘지에 대해 보존묘지 지정을 재신청하고 추후 이전하는 취지의 법원 조정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성주)는 고 최종섭 선생의 유족이 광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시도 보존묘지 지정 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광주시가 유족에게 한 보존묘지지정 거부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총비용을 광주시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종섭 선생은 1882년에 광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시절 항일독립운동에 앞장선 인물이다.
그는 대한독립협회 광주지부 실업부장을 시작으로 광주청년회 초대회장, 항일사회단체인 신간회의 중앙집행위원 등을 역임하며 독립운동에 앞장서 왔다.

대한민국 해방 이후에는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전남지부장, 반민특위 전남지부장, 미군정 과도 입법위원 등을 지냈고 1969년에 별세했다.

업적을 인정받은 최 선생의 장례식은 광주고법원장, 전남도지사, 검사장을 비롯한 수많은 지역 인사들과 시민들이 참석하는 사회장으로 치러졌고, 광주 북구 동림동에 안치됐다.

문제는 광주시가 2020년 해당 부지 일대에 운암산근린공원 개발행위 특례사업을 추진하며 불거졌다.

근린공원 개발사업 부지에는 최 선생의 분묘가 포함돼 있었는데, 현행법상 근린공원 부지 내에는 분묘 등 장사시설을 존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 선생의 유족은 2019년과 2020년에 '분묘를 사업부지에서 제외해달라'며 요청했고, 2021년엔 사회장으로 치러진 묘지를 시·도 보존 묘지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광주 북구도 "최 선생의 분묘는 사회장 등 국민의 추모 대상이 되는 사람의 묘지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광주시는 현행법을 근거로 들며 보존묘지 신청 등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고, 최 선생의 유족은 광주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1심 재판부는 광주시가 공원녹지법에 따라 보존묘지 지정을 거부했고, 이는 재량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유족 측의 손을 들어주며 광주시의 보존묘지 거부 신청을 취소토록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보존묘지는 국가장·사회장 등으로 추모 대상이 되는 인물이 국가나 사회에 헌신봉사했거나 공익에 기여 취지를 보존해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에 따라 분묘의 이장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보존묘지 등으로 지정한 후 이장이 가능하기에 심사 없이 '기존 장소에 존치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을 거부한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광주시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하고 해방 이후 교육, 지역사회 발전 등에 공헌한 고인의 생전 업적을 추모하고자 했던 사회장의 취지, 보존묘지 지정처분으로서 달성할 수 있는 국가·사회적 공공의 이익 등 뒤늦게 시행된 공원녹지법에 따라 존치할 수 없게 된 고인의 후손이 입게 될 불이익 등 마땅히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주시는 분묘 이장을 전제로 한 법원의 조정권고결정에 대해서도 재량권 행사에 나아가지 않았고, 분묘 이장을 전제로 한 경우에도 재량권 제한을 이유로 불수용했다"며 "원고의 청구는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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