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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30일 나란히 이사회…3년 끈 합병 결말로 '한발'

EU측 요구로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안건 논의…아시아나 이사회 부결시 합병 무산될 듯
아시아나 내부 '합병 반대' 목소리 높아져…"무산시 파산 불가피" 찬성론도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2023-10-20 09:47 송고
12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착륙, 계류하고 있다. 2023.3.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12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착륙, 계류하고 있다. 2023.3.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과 대한항공(003490)의 이사회가 이르면 이달말 열린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심사 중인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등 중대 사안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이사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이사회가 30일쯤 열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결합은 양쪽 회사에 해당하는 이슈라 동일 시간대에 열어야 해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정례 이사회는 오는 24일 개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정례 이사회에서 기업결합 관련 논의가 자연스레 진행되더라도 의결은 30일쯤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EU 경쟁당국에 제출한 시정서 초안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에 항공기 및 조종사를 대여하는 방안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EU 경쟁당국이 티웨이항공의 안정적인 노선 운항이 가능할지 추가 검증을 요구하는 의견서가 온 것으로 알려졌다. 

EU 경쟁당국은 합병시 유럽과 한국 간 주요 여객·화물 노선의 경쟁 제한(독점) 가능성을 들어 슬롯(이착륙 권리) 반납과 화물사업 매각 등의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EU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는 미국도 미주-한국 노선에서 같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영국, 중국 등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는 과정에서 이미 주요 노선 슬롯 상당수를 반납한 바 있는데, 유럽·미국의 경우 한층 더 엄격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대한항공이 내놓은 시정조치 가운데 화물사업 매각을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매각을 의결하는 대로 이를 포함해 시정안을 수정 제출할 예정이다.

화물사업 매각 결정이 곧 EU의 승인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이를 부결할 경우 EU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을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3조원 넘게 공적자금을 투입해 파산 위기의 아시아나항공을 끌고 온 정부가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의 향방이 이번 이사회의 결정에 달린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돼 있다. 안건 통과를 하기 위해서는 과반인 4명, 반대에는 3명의 표가 필요하다. 메가 캐리어를 만들겠다는 당초 기업결합 취지가 사라졌다는 점을 들어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결정이 회사 이익에 반하는 식으로 흘러가면 추후 '배임' 문제가 불거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찬성 측에서는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되면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상 독자생존이 불가능해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은 합병 무산 시 추가 자금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이사회 결정이 어떤 식으로 나더라도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기업결합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피로도가 동시에 높아지고 있어 이사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공중분해가 현실화한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일반직 직원들이 매각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소속된 한국민간조종사협회 역시 기업결합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 전임 사장들은 최근 슬롯 및 운수권 반납, 화물사업 매각 등 무리한 시정조치를 비판하며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이사진에게 전달했다. 

한편 같은 날 열리는 대한항공 이사회는 임시 이사회가 아닌 정례 이사회다. 대한항공이 EU 경쟁당국에 제출한 합병 시정서 초안에 기업결합 중대사항이 포함된 만큼 이번 이사회에서 관련한 논의가 오가는 것이다.

관건은 이러한 방안이 대한항공 이사회 의결사항인지다. 제조업으로 비유하면 합병을 위해 경쟁사에 자사 핵심인력, 생산설비를 빌려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자회사인 진에어에 항공기를 대여할 때 이사회를 거치지만 타 항공사에 제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무형의 자산이지만 항공사의 핵심 경쟁력인 슬롯을 넘긴다는 점에서 단순히 대표이사 전결로 넘어가기는 법적으로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013년 아메리칸항공은 US에어웨이즈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워싱턴 레이건공항의 104개 슬롯, 뉴욕 라과디아 공항의 슬롯 34개를 저비용항공사에 매각한 사례가 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기타 이사회 및 대표이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중요 사항'을 보고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사회는 올해 2월에도 '기업결합 진행 현황 보고'를 진행한 바 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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