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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간병 통합 병동 대폭 확대 '가장 현실적 대안'[가족간병의 굴레]⑦

'하루 2만원'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만족도 높아…문제는 '공급 부족'
尹대통령 '공약 사항'…"재원 마련 위해 '간병=사회 책임' 인식 필요"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2023-06-07 05:30 송고 | 2023-06-07 08:36 최종수정
편집자주 파킨슨병 환자인 80대 남성이 자신을 간병하던 70대 아내에게 말했다. "미안하다"고. 아내는 간병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40대 아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너의 아버지 간병을 맡겨 미안하다"는 이유로.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에서 '가족간병의 굴레'는 과장이 아닌 현실이다. <뉴스1>은 간병가족을 직접 만나 복지 사각지대 실태를 점검했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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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전문가들은 '간병 살인'과 같은 2차 사회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해법으로 '간호·간병 통합 병동 확대'를 제시했다. 특히 오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서둘러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간병을 현재와 같은 노인에 대한 복지서비스로 국한하지 말고 간병인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걸림돌인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간병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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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만원'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만족도 높아…'공급' 부족이 문제

7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는 병원 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지원인력 등이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지난 2014년 도입됐으며 통합병동을 이용하면 간병비는 하루 1만5000~2만원 선으로 떨어진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실시한 '간병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간병인을 쓴 경험이 있는 간병 경험자의 40.8%가 하루 11만원 이상의 간병비를 지급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중증질환자의 경우 한 달 간병비만 4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간병비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비율도 96%나 됐다. 그중 59.5%가 "(간병비가) 너무 비싸서 매우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보니 간호간병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의 만족도는 개인 간병인을 고용했을 때(65.2%)보다 높은 편(87.2%)이다. 병원 입장에서도 일반병동보다 2배에 가까운 수가를 받아 수익이 높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현재 통합병동은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656개 의료기관(7만363병상)만이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지역 중소병원은 의사와 마찬가지로 간호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 통합병동 참여율이 저조하다.

그나마 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들도 '경증 환자'만을 대상으로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운용하는 경우가 많아 급성기나 중증환자들을 위한 병동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병동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간호사 수급 문제 등 예산 확보가 선행해야 한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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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부담 사회가 함께해야…서비스 확대 위해 인식 개선 선행 필요"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간병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만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사실상 아직 대부분이 사설이 주도하고 비공식체계에 머물러 있다"며 "이러한 부분들이 범위가 더 확대되기 위해 서비스 자체를 공적인 서비스 체계로 편입해 정부의 관리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간병 시스템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며 "아직까지 간병이 가족의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책적인 대응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 간병의 사회화, 즉 간병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부터 자리 잡아야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확대돼야 한다면서도 한발 더 나아가 "건강보험 급여에 서비스 비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병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때문에 현재 관련 보험들이 민간에 맡겨지고 있는 것"이라며 "간병 문제를 공공 시스템에 포함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이 아닌 논의를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정부의 대안을 현실화하기 위해 건강보험에서 장기요양 보험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또한 근본적으로 많은 재원이 필요한 사안이다.

문 회장은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확대 등은) 재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라며 "지자체장이 우선순위에 간병문제를 두기 위해선 사람들이 간병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속해서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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