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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젊은 세 부부가 기적을 일궜다…10년 만에 초등생 12명→102명

[지방소멸은 없다] 폐교 발표 영광 묘량중앙초의 변신
'8년째'깨움마을학교, 교육부 '참좋은 학교' 선정

(영광=뉴스1) 김태성 기자 | 2023-06-04 06:56 송고
2일 영광 묘량중앙초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서 즐겁게 그네를 타고 있다. 2023.6.2/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2일 영광 묘량중앙초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서 즐겁게 그네를 타고 있다. 2023.6.2/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학생 수 감소로 폐교위기에 놓였던 농촌지역 한 초등학교가 지역공동체와 학부모들의 합심으로 살아났다. 

전남 영광군 묘량중앙초교로 농어촌지역 작은학교 활성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영광군 묘량면은 반경 6㎞내 병원, 약국, 수퍼마켓, 기타 일용품 가게 등이 한 곳도 없다.

주민들은 하루 서너번 정도 다니는 버스를 이용해 읍에 나가야만 식재료와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다. 묘량면의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고요하다.

지난 2009년 8월 마을의 유일한 교육기관으로 남아있었던 묘량중앙초등학교의 폐교방침이 발표됐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한 농산어촌 학교 통폐합대상이 된 것. 당시 학생수는 12명.

묘량면은 이미 2002년 묘량중학교, 2004년 묘량초등학교가 폐교된 경험이 있어 묘량중앙초 폐교를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같은 면에 위치한 농촌복지공동체 '여민동락'의 등장이었다.

여민동락은 2007년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던 학창시절의 열망을 담아 농촌으로 이주를 결심한 30대 젊은 세 부부들의 꿈으로부터 출발한 농촌복지공동체다.

이들은 마을복지활동을 시작한 지 3년만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거대한 난제 앞에서 학교를 살려야 마을이 살 수 있다며 '작은학교살리기'에 나섰다.

당시 묘량중앙초 학부모회장을 맡았던 권혁범 여민동락 센터장(48)은 "농촌의 문제는 어느 한가지로 풀어지지 않는다"며 "농촌이 살려면 젊은 사람들이 와야 하는데 그들의 자녀가 다닐 학교도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2일 영광 묘량중앙초 아이들이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에 모여 즐거운 점심을 먹고 있다. 2023.6.2/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2일 영광 묘량중앙초 아이들이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에 모여 즐거운 점심을 먹고 있다. 2023.6.2/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두 아이를 묘량중앙초에 보냈던 권 센터장은 학교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와 주민들은 관료 행정의 냉소와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폐교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2009년 학교발전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작은학교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추진위는 교직원들이 퇴근한 학교건물에 모여 농촌교육의 진로와 마을의 미래에 대해 학습, 토론을 이어갔다. 학부모들은 '온종일 엄마품 돌봄교실'등 방과후 프로그램을 내실있게 운영했다.

교통인프라를 해결하기 위해 십시일반 모금으로 통학용 승합차를 마련하는 등 본격적으로 학생유치에 나섰다.

2018년 3월 중앙초에 두 대의 통학버스가 생기기 전까지 학부모들은 꼬박 8년 동안 봉사활동으로 차량을 운행하며 아이들의 등하교를 책임졌다.

이렇게 주민들의 뜻이 모아지자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통학문제가 해결되자 작은학교의 가치에 동의한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와 학생들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한 것.

2012년 지역사회의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학교 통폐합 방침은 철회됐다.

2009년 12명이었던 학생수는 작은학교살리기 운동 10년이 된 2019년 102명(병설유치원 포함)이 되었다.

10년동안 10배에 가까운 간절함이 만들어 낸 '10년의 기적'인 것이다.

주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젊고 열의 있는 교사의 충원도 이어졌다. 

묘량중앙초 학부모들은 2014년 선언문을 통해 학교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 모두가 함께 배우고 신뢰하는 곳으로 끊임없는 배움과 실천을 통해 행복한 작은학교를 만들어가자며 선언한 후 '마을교육공동체'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영광 묘량중앙초 아이들이 손모내기를 끝내고 돌아오고 있다. (묘량중앙초 제공) /뉴스1 © News1 
지난해 영광 묘량중앙초 아이들이 손모내기를 끝내고 돌아오고 있다. (묘량중앙초 제공) /뉴스1 © News1 

학부모들과 주민들은 2015년 '깨움마을학교'를 만들어 아이들 교육과 돌봄은 물론, 아이부터 노인까지 참여하는 다양한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마을 역사탐험대(3학년)', '어린이농부학교(4학년)','마을생태과학교실(5학년)','와글와글 마을기자단(6학년)' 등 학부모, 교사, 지역주민, 지역전문가 등이 결합해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1,2학년 '우리마을 걷기 명상'도 추가돼 전학년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민희 깨움마을학교 대표(47)는 "8년째 접어드는 깨움마을학교는 작은학교를 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가고 싶은 학교로, 나아가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들려는 우리모두 노력이다"며 "함께 협력해서 하나되는 교육공동체로 지역의 재생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깨움마을학교는 지난해 교육부 주관 '참좋은 학교'로 선정됐다. 농어촌 지역 작은학교 살리기 모범사례로 선발된 전국 15개학교 중 하나이다.

방과후프로그램과 돌봄교실이 입소문을 타자 영광군내 다른 학교에서도 묘량중앙초에 대한 관심은 학생수 증가로 이어졌다. 작은 학교 살리기가 성공했던 것은 지역, 학부모, 학교가 함께 협의하면서 민주적으로 진행했기에 가능했다.

올해 초 부임한 임시연 묘량중앙초 교감은 "묘량중앙초는 지역 작은학교 살리기로 우수한 사례였던 만큼 주변의 기대감이 크다"며 "좋은 교육환경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을 어떻게 해줄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회장인 6학년 서후 양은 "유치원 때부터 영광읍에서 통학버스로 30여분 걸려 통학했지만 힘들진 않아요.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농부학교며 마을기자단이며 재밌는 수업이 매일 기다려져요"라고 '학교가 재밌냐'는 질문에 해맑게 답했다.  

한편 묘량중앙초는 교육부 2020년 학교단위 학교공간혁신 사업에 선정돼 오는 9월 새로운 건물개축, 리모델링을 시작한다. 마을과 학교, 주민을 잇는 학교시설복합화 공간혁신으로 변모하게 된다.


hancut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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