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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장부 이어 이번엔 노조전임자 운영 실태 살펴본다…노정 '악화일로'

고용부, 노조 회계장부 점검 이어 노조전임자 전수조사 착수
정부, 불법집회에 '엄정 대응' 예고…꽉 막힌 대화창구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2023-05-31 05:30 송고 | 2023-05-31 09:28 최종수정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2023.5.2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2023.5.2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정부와 노동조합 간 갈등이 올여름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회계장부 점검에서 비롯된 노조 반발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노조전임자를 타깃으로 한 대대적 전수조사 방침을 밝혔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 대규모 집회 투쟁이 이어지는 상황 속 한숨 쉬어갈 법도 하지만, '법치주의'를 내세운 정부는 노조개혁에 더욱 고삐를 당기는 모습이다.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는 6월말까지 4주간에 걸쳐 고용부는 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장 중 유노조 사업장 510개소를 대상으로 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현황 등 실태조사에 나선다.

주요 조사항목은 △사업장 노사 개요 △근로시간면제 및 전임자 현황 △노조운영비 지원 현황 △기타 개선필요 사항 등이다.

근로시간면제 및 전임자는 노사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유급처리를 인정받는 인력을 일컫는다. 노조 위원장 등 간부들이 대개 이에 속한다.
노조 활동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본래 취지와는 무관한 활동까지 광범위하게 유급 등 특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번 전수조사에서 근로시간면제자(풀·파트타임), 무급노조전임자 인원 및 시간, 유급 노조 활동시간에 사용된 면제시간 비중, 면제자 급여 수준 및 별도수당 지급 등 전반에 관해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공정'이라는 가치에서 노조전임자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인데 노조 측의 반발은 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반헌법, 민주파괴 폭거 규탄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5.3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반헌법, 민주파괴 폭거 규탄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5.3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미 노조 회계장부 점검 건으로 시작된 노-정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고용부는 지난 11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 여부 확인을 위한 현장 행정조사'를 거부한 37개 노조에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한 행정절차에 착수했다.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은 곳은 38개 노조이지만, 1개 노조는 회계장부 미제출에 따른 현장 행정조사에 응하면서 일단 제외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이들 37개 노조들은 저마다 행정조치에 대한 이의제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정당한 법 집행으로 볼 수 없는 만큼 시시비비를 가려보겠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구체적인 이의신청 노조 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이의신청이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정책을 두고 곳곳에서 마찰이 격화하는 상황 속 노동계의 시위는 본격화하고 있고, 정부는 불법 집회에 대한 강경 대처를 천명하는 등 엄정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당장 이날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총력 투쟁대회'와 관련, 경찰은 6년 만에 최루제의 일종인 캡사이신까지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캡사이신은 지난 2017년 3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회 현장에서 사라졌었다.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노정 관계는 갈수록 악화하는데,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새 정부 출범 후 기대를 모았던 첫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도 멈춰선 모양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주선해 지난 26일 추진 예정이던 간담회는 참석자들 일정 조율로 잠정 연기됐는데, 여전히 회의 개최 여부조차 정하지 못했다. 대화 창구조차 꽉 막힌 상황에서 꼬일 대로 꼬여버린 노정 관계를 복원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언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노조를 악(惡)으로 규정하고, 때려잡으려고만 하는 정부정책이 변하지 않는 한 관계 개선을 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최소한 역대 정부에서는 물밑에서라도 만나 대화하자는 얘기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없다. 상황을 타개해보려는 의지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정식 고용장관은 전날 근로시간면제제도 및 전임자 운영현황 전수조사 방침을 밝힌 자리에서 "기업의 노조에 대한 불투명한 지원은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침해하고 올바른 노사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근로시간면제제도 관련 정책 방향을 검토하고, 산업현장에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근절 및 공정한 노사관계 확립을 위한 현장점검 등 후속 조치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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