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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사모펀드 탓?…SG증권發 매도폭탄에 '무더기 하한가' 속출(종합)

다올투자증권·세방·선광, 소수계좌 거래집중으로 '투자주의 종목' 지정
하한가 기록한 8개 종목 평균 신용잔고율 10.3%…주가 하락으로 반대매매 나온듯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2023-04-24 18:24 송고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8개 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매도 상위 창구에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이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신용융자 잔고가 높은 것도 특징이다.

뚜렷한 악재없이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장에서는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단계 사모펀드의 매도가 주가 하락을 촉발시켰고, 이후 신용융자비중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가 터지면서 하한가로 직행했다는 소문이 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030210), 서울가스(017390), 대성홀딩스(016710), 삼천리(004690), 세방(004360), 하림지주(003380), 다우데이타(032190), 선광(003100) 등 8개 종목이 하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이들 종목은 장 초반부터 조금씩 내리더니 오전 9시30분께 일제히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러한 하락세에 대해 일각에서는 '다단계 사모펀드'의 매도세가 원인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다단계 사모펀드란 A씨가 B씨를 데려오면 B씨의 수익 일부를 A씨에게 떼어주는 방식이다. 사람이 늘어날 수록 펀드 수익률이 좋아져야하기 때문에 거래량이 적은 종목이 타깃이다. 적은 매수세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 모두 최근 1년 새 별다른 호재 없이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 다올투자증권과 하림지주를 제외하면 6종목이 모두 세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올투자증권도 연초와 비교하면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별한 호재 없이 주가가 내리고 올랐다면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조종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이날 주가 급락은 사모펀드에서 돈을 환매하기 위해 조금씩 주식을 팔다가 거래량이 받쳐주지 못해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올투자증권 공시)
(다올투자증권 공시)
실제 이날 장 마감 이후 다올투자증권은 특정 계좌가 거래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25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한다는 공시를 내놨다. 최근 3거래일 간 10개 계좌의 관여율은 43.62%를 기록했고, 최대관여계좌는 기관투자자로 나타났다. 선광도 비슷한 내용의 공시가 나왔다.

서울도시가스의 경우 10개 계좌의 관여율은 65.35%로 집계됐고, 최대관여계좌는 외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세력이 주가에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CFD 반대매매는 그다음 문제다. 특정 계좌가 지속적인 매도세를 보이면서 주가가 하락했고, 그동안 쌓여있던 신용융자잔고가 터지면서 반대매매가 쏟아진 것이다. 

다올투자증권의 신용잔고율은 21일 기준 14.5%다. 전체 거래의 14.5%가 신용으로 매수된 물량이었던 것이다. 이어 선광(12.49%), 세방(12.09%), 다우데이타(10.98%) 등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신용잔고율을 기록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종목 전체의 최근 5일(이달 17∼21일) 평균 신용융자 잔고율은 1.51%다. 신용융자 잔고율이 7%만 언제든 반대매매가 쏟아질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의 매도 상위 창구가 SG증권인 것도 CFD 반대매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CFD 계좌는 외국계 창구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키움증권(039490), 하나증권, 유안타증권(003470) 등은 SG증권을 통해 CFD 거래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SG증권은 다올투자증권을 61만6762주 매도했고, 서울가스(7639주), 대성홀딩스(1만1909주), 삼천리(1만3691주), 세방(12만1925주), 하림지주(191만2287주), 다우데이타(33만8115주), 선광(4298주)도 대량 매도했다.

CFD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한 뒤 차액만 추후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종목별로 증거금은 상이한데, 가령 증거금률이 40%인 종목에 투자한다면 1주당 10만원짜리 주식 100주를 1000만원이 아닌 400만원으로 매수가 가능하다. 여기서 수익이 나면 일부 수수료를 떼고 차익을 돌려받을 수 있고, 손실이 나면 증거금에서 차감한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유지증거금은 통상 60% 정도다. 증거금으로 400만원을 냈다면, 유지증거금은 240만원이다. 주가가 40% 하락해서 기본 증거금(400만원)이 유지증거금(240만원)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증거금을 내거나 그러지 못하면 시장가에 청산당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CFD 매물 출회 등이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세부 추정은 기술적으로 제한적"이라면서 "다만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의 공통점이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원인이었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SG증권이 이들 종목의 주가 하락을 예상해 자체적으로 공매도에 나섰다는 의혹도 나왔고, SG증권 한국 시장 철회설도 제기됐다. 모두 근거는 없는 추측이다. 

이처럼 각종 소문이 난무하면서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외국인 창구에서 매도세가 많이 나온 것에 대해 거래소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면 감독원이 추가적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라면서 "아직 세부 종목에 대해 조사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계속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용융자잔고가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도미노처럼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어 투자자 유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이 하한가로 직행하면서 투자자들은 매도를 못했을 거고, 추가 증거금 납부를 위해서는 다른 주식을 팔아서 신용을 메꿔야 하기 때문에 순환 하락이 나올 수 있다"면서 "신용융자잔고가 높은 종목이라면 어디서든 물량이 터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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