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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 "물가목표 상향할 때 아니나 미래엔 대안으로 고려"

"고령화에 장기 침체 땐 QE 등의 좋은 대안일 수도"
"신흥국 QE는 환율급등·투기유발 우려…연구 더해야"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23-04-15 11:29 송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이 물가 안정 목표를 상향할 때가 아니라고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도 미래에는 목표 조정이 신흥국에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중앙은행은 어떻게 고물가에 맞서야 하는가' 주제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고위급 패널 토론에 참석해 "우리의 물가 목표를 바꿀 때는 확실히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조금 더 높은 물가 목표는 우리가 사용할 수 없는 양적완화(QE) 정책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은 환율 급등이나 투기적 공격의 희생양이 될 것을 우려해 QE를 쉽사리 택할 수 없는 반면 향후 고령화 등으로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나 저물가 시대에 진입한다면 물가 목표를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물가 목표 상향에 대해 이 총재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기간 일부 신흥국이 펼친 QE는 글로벌 공급이 풍부한 가운데 선진국마저 QE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금기를 깬 이례적 상황 속에서 나온 성공 사례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미래다"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신흥국이 미래 장기 침체에 접어들 경우 이를 타개하고자 QE나 통화·재정정책의 대대적인 확대를 활용하는 방안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는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로 이어질 우려 또한 존재한다.

이 총재는 "장기적으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면서 단기적으로 대규모 부양책을 필요로 하는 전략에 전념하긴 매우 어렵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재정정책의 확대보다는 저성장의 근원을 해소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은 특정 부문을 타깃하고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며 "통화정책의 경우 금리 수단에 의존하는 대신 특정 부문에 신용 배분을 통해 구조개혁을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중앙은행 독립성을 저해한다면서 '당신은 실제론 이 문제에 관해 재정 당국을 돕고 있다'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지금은 확실히 물가 목표를 수정할 때가 아니나 미래에는 약간 높은 물가 목표가 신흥국이 사용할 수 없는 QE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들이 물가 목표를 현행 2%에서 3%로 높이는 방안이 정책에 도움이 될 거라는 주장을 이어나갔다.

블랑샤르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들이 지금 이 문제를 논의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건 (물가 안정 등에) 전념하고 있다고 확신을 주고 싶은 것이니 괜찮지만 '1%라니, 누가 신경이나 쓰나'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다르다"면서 "우리에게 1% 여유만 있었다면 QE 없이도 같은 결과를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대다수는 (목표 상향 시) 가치가 있다고 여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토론에는 이 총재와 블랑샤르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 외에도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부총재, 모하메드 엘 에리언 퀸스칼리지 총장, 실바나 텐레이로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 등이 참석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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