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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동결' 한은의 안개, 한결 걷혔다…미국 물가 기대부응

미국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6.0%…예상치 부합
연준 베이비스텝 전망↑…환율 1300원대 초반으로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23-03-15 09:54 송고 | 2023-03-15 10:03 최종수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2.23/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2.23/뉴스1

미국 물가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강화 명분은 완전히 설 자리를 잃었다.

한국은행은 한미 금리 차 확대 부담을 던 채로 오는 4월 금리 결정에 돌입하게 됐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5 대 1 다수결로 기준금리를 1년 만에 동결했다.
15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올랐다.

지난 1월(6.4%)보다 오름세가 축소돼 2021년 9월 이후 가장 적게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물론 전월비 상승률(0.4%)까지 시장 예상과 같거나 소폭 밑돌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전월비 0.5%, 전년비 6.1%였다.
◇美 연준 '베이비 스텝' 전망 득세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와 이번 물가 지표를 종합해 봤을 때 연준의 긴축 강화 전망은 시장에서 완연히 힘을 잃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오는 22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가능성은 81.2%로, 전날의 65% 수준에서 크게 올랐다.

연준은 지난해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으면서 사상 유례없이 가파른 통화 긴축을 이어갔다. 그러다 긴축 속도를 줄여 지난달엔 베이비 스텝(0.25%p 인상)으로 모처럼 감속했으나, 고용과 물가가 확실히 제어되질 않자 이달 빅 스텝(0.50%p 인상)으로 다시 속도를 붙일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은행인 SVB의 파산 원인이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으로 지목되고, 물가마저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폭 확대 명분은 눈 녹듯 사라졌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기관까지 나왔지만 여전히 6%대로 높은 물가 오름세와 근원 물가 상승률(전월비 0.5%)을 고려하면 0.25%p 인상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SVB 파산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비교적 잠잠하면서 베이비 스텝 전망은 더욱 힘을 얻었다.

CME 페드워치를 보면 이달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18.8%로, 전날 35% 수준에서 크게 떨어졌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부터 물가 둔화세가 완만해지는 가운데 근원 물가는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면서 "(SVB 사태와 관련해서도) 예금자 보호와 은행 시스템에 유동성 지원(BTFP 설립) 등 조치가 나오면서 시스템적 위험 가능성은 일시나마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의 추가 인상 기조는 3월에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긴축에 따른 시장 균열 조짐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0.25%p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기준금리 동결 뷰는 힘을 잃는 대신 시장은 3월 5.0%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마무리하는 시나리오를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안개 걷힌 한은…연속 동결론 탄력

미국의 이번 물가 발표로 인해 한은의 차기 금리 결정을 둘러싼 '안개'(대내외 불확실성)는 한결 걷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른바 '안개론'을 내놨다. 지금은 물가 흐름과 주요국 통화정책 등에 관한 안개(불확실성)가 짙기에 날씨가 개면(향후 물가 지표 등이 나오면) 길을 보고 운전(통화정책 경로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해당 방침을 가리켜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른다면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지면 길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은은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이달 0.5%p 폭으로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부담을 덜었다.

현재 한미 간 기준금리는 1.25%p 격차로 역전돼 있다. 만일 연준이 이달 빅 스텝을 단행했다면, 한미 격차는 종전 최대치인 1.50%p를 넘어 1.75%p에 이르는 상황이었다.

이상적인 상황에서 한국의 금리는 미국보다 높아야 한다. 글로벌 최대 선진국인 미국보다 위험도가 높은 한국에 투자하려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게 통상적인 지식이다.

따라서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될 경우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과 외화 유출 우려가 증대되면서 금융·외환시장 불안은 깊어진다.

결국 한은으로선 미국의 긴축 약화 기대가 향후 역전 확대에 대한 우려를 낮춰 '미국으로부터 자유로운, 국내 상황에 기초한 결정'을 이끄는 셈이다.

실제로 SVB 파산 여파로 인해 연준의 속도 조절 기대가 득세하며 전날 원·달러 환율은 1311.1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2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환율이 이달 초 1330원 턱밑까지 치솟았던 상황에 비하면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한은의 금리 연속 동결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한은이 전날 공개한 지난달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1년 반에 걸쳐 기준금리를 3%p 인상했으므로 현 단계에서 (금리 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추가 편익은 매우 작거나 불확실하다"면서 "그보다 경제 회복력을 과도하게 위축시키거나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를 높일 가능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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