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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늘어난 항생제 오남용…年 120만 목숨 뺏는 '내성균 감염' 급증

의료진 경험적 판단 처방…연구 결과 10~47% 내성균 감염 늘어
패혈증, 폐렴 유발…의료진, 의도적으로 사용 줄이려 노력해야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3-02-19 16:24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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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3년간 겪고 이제 조용한 팬데믹이 왔다는 우려가 나왔다. 의료진이 항생제를 마구 처방한 바람에 오히려 다제내성균 감염이 급증한 셈이다.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정부와 의료계가 재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

◇매년 전 세계 120만명이 감염돼 숨져…다제내성균은 '조용한 팬데믹'

정부의 적정 사용 캠페인과 의료계의 인식 개선 노력으로 항생제 사용은 그동안 꾸준히 감소해왔다.

하지만 현장은 "코로나19 유행으로 항생제 사용이 다시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입원 환자에게 항생제 사용과 이로 인한 다제내성균 감염이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제내성균이란 미생물이 2개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것을 뜻한다. 매년 전 세계 120만명이 다제내성균 감염으로 숨진다고 해 '조용한 팬데믹'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다제내성균들은 혈류를 따라 세균이 돌아다니는 질환인 '균혈증'을 일으키거나, 나아가 패혈증이나 폐렴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일부 균은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 효과를 보기 힘들다. 한국은 그간 항생제 총처방량도 많았고 다제내성균 감염 발생 빈도도 높은 축에 속해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항생제 총처방량은 2019년 기준 23.7DID(인구 1000명당 1일 사용량 단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7DID보다 높다.

◇경험적 판단해 항생제 다수 처방…의도적으로 줄이려 노력해야

한상훈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다제내성균 3개가 코로나19 유행 이후 10~47%까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의 2차 세균 감염을 막겠다는 경험적 판단으로 의료진이 항생제를 다수 처방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충남·경기 등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검사한 바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균 감염 양성 건수는 코로나19 유행 전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3배 이상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들을 봤을 때 국내 주요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감염 관리가 비교적 취약했던 요양병원에서도 같은 경향성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2020년 미국 병원에서도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고 혈액에서 검출되면 치사율이 50%가 넘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거나 사망한 사례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항생제 내성을 막으려면 항생제를 적당히 처방해야 한다. 병원이 장기간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다 내성균 감염 방지에 소홀해져 관련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COVID-19 대유행 전후 4가지 다제내성균 신규 발생 건수의 변화 양상 (검은 실선이 실제 발생 건수, 점선이 예측 건수를 나타냄)/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COVID-19 대유행 전후 4가지 다제내성균 신규 발생 건수의 변화 양상 (검은 실선이 실제 발생 건수, 점선이 예측 건수를 나타냄)/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한상훈 교수는 "우려되는 점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감소하던 아시네토박터균과 녹농균이 다시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이라며 "의료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한감염학회 산하 패혈증연구회 회장인 박대원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도 최근 한 의료기기 기업이 주최한 포럼에서 "항생제 사용 저감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항생제 효과와 중지 시점을 확인하는 검사를 하면 사용 기간을 보다 짧게 줄일 수 있다. 교육, 홍보 활동을 통해 항생제 사용을 줄여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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