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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피해 울산 곰 탈출은 '예견된 사고'…같은 농장서 탈출만 세 번째

동물보호단체 "최초 탈출 사고 이후 시설관리 철저히 했어야"
환경청 "정기 점검서 잠금장치 철저 당부"·울주군 "강제할 권한 없어"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2022-12-09 16:04 송고 | 2022-12-09 16:24 최종수정
지난 8일 사육장을 탈출했다가 사살된 반달가슴곰. (울주군 제공)
지난 8일 사육장을 탈출했다가 사살된 반달가슴곰. (울주군 제공)

울산에서 사육농장을 탈출한 곰들이 사람을 공격해 숨지게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해당 농장에서 과거에도 두 차례 곰이 탈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육농장이 수년 전 무허가 시설로 적발된 데다 농장주가 두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관계기관의 관리와 법제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울산 울주군 범서읍의 한 곰 사육농장에선 반달가슴곰 3마리가 탈출해 농장 주인 부부를 공격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농장은 미등록 사육시설로, 농장 주인은 2018년 7월 경기도 사육곰 농장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4마리를 임대해 현재까지 사육해왔다.

현행법은 멸종위기종을 사육하려는 자는 적정한 사육시설을 갖춰 환경부장관에게 등록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사육시설 등록을 강제하거나 등록을 이행하지 않는 데 대해 가중 처벌을 할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해당 농장주는 멸종위기종 사육시설 미등록으로 두 차례 각각 300만원의 벌금을 선고 받고도 재판에서 사육시설을 등록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리·감독 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농장에 있는 곰들을 경기도 사육곰 농장으로 돌려 보낼 것을 요구했으나 농장주는 거부했다. 뾰족한 수가 없자 환경청은 결국 매분기마다 해당 농장을 점검을 해오던 중이었다.

8일 오후 곰 3마리가 탈출한 울산 울주군의 한 곰 사육농장. (울주군 제공)
8일 오후 곰 3마리가 탈출한 울산 울주군의 한 곰 사육농장. (울주군 제공)

가장 최근 점검이 이뤄진 9월에는 반달가슴곰 4마리가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중 1마리는 2개월 뒤 병사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9월 정기 점검 시에 안전상 큰 문제는 없었다"며 "농장 주인에게 잠금 장치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유 재산인 곰을 마음대로 사살할 수가 없고, 곰을 몰수하더라도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며 "2024년까지 유기·야생동물 및 사육곰 보호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농장에서 곰이 탈출한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9년 6월에는 해당 농장에서 사육하던 새끼 반달가슴곰이 농장을 탈출한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도 곰 1마리가 농장을 탈출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고"라고 평가했다.

그는 "해당 농장에서 탈출 사고가 반복된 만큼 시설관리를 철저히해야 했다"며 "사고 이후 무등록 시설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호소를 마련하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이런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육장을 탈출한 곰이 사람을 해치는 사례는 이례적"이라면서도 "곰이기 때문에 야생성이 있고, 생활 환경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울주군청은 사육시설 등록의 경우 환경부 소관으로 지자체에서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5월 19일 오후 울산 울주군 범서읍 한 농장에서 탈출한 반달가슴곰. 2021.5.19/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지난해 5월 19일 오후 울산 울주군 범서읍 한 농장에서 탈출한 반달가슴곰. 2021.5.19/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인 8일 오후 9시45분께 곰 사육농장 주인의 딸로부터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육농장 입구에서 쓰러져 있는 농장 주인 부부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이들은 모두 숨진 상태였고, 주변에는 곰 1마리가 배회하고 있어 현장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찰은 엽사를 동원해 오후 11시33분께 곰 3마리를 모두 사살했다.

경찰은 숨진 부부의 팔과 몸 등에는 할퀴거나 물린 상처가 확인돼 이들이 곰에게 공격 받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minjum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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