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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토끼띠 도우미' 이기철씨…점포 찾는 노인들과 공감력 '최고'

[9080실버청년] 광주문화신협 운암지점 '금융도우미' 이기철씨
33년 경찰공무원 생활…규칙적인 생활·운동·독서로 노익장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2022-11-19 07:34 송고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오는 2026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100세 이상 인구 역시 2020년 이미 5000명을 넘겼다. 칠순잔치도 옛말이 되고 있다. 현실로 다가온 초고령화 사회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 청년처럼 살고 있는 80~90대 현역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경찰공무원 출신으로 84세에 광주의 한 신협 창구에서 '금융도우미' 일을 하고 있는 이기철씨.2022.11.16/뉴스1 © News1 박영래 기자
경찰공무원 출신으로 84세에 광주의 한 신협 창구에서 '금융도우미' 일을 하고 있는 이기철씨.2022.11.16/뉴스1 © News1 박영래 기자

"가끔 60대냐고 물어오는 사람들한테 80대 중반이라고 말하면 많이들 놀라기도 하죠."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에 자리한 광주문화신협 운암지점. 최근 고금리 시대에 맞춰 한푼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아 지점을 방문하는 연세 지긋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루 평균 이곳 점포를 찾는 이용객은 200명 가량. 점포를 찾는 이들을 맨 처음 맞이하는 이는 올해 나이 84세, 토끼띠인 '금융도우미' 이기철씨다.

점포를 찾는 이들에게 능숙한 솜씨로 환영인사와 함께 코로나19 체온 자동체크,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고 어떤 업무 때문에 찾았는지를 묻는다.

현금을 찾으러 왔는지, 자녀들에게 돈을 송금하려는 것인지, 혹은 대출을 받으러 온 것인지를 물어 그에 맞는 대기번호표 발급을 도와준다.

창구 업무가 아닌 365자동화코너에서 가능한 업무로 파악되면 곧바로 ATM기기 앞으로 안내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고용된 이씨는 지난 2월부터 이곳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그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이곳에서 일한다.

앞서 지난해는 광주 북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광주의 한 신협 창구에서 '금융도우미' 일을 하고 있는 이기철씨가 손님들의 대기번호표 발급을 돕고 있다.2022.11.16/뉴스1 © News1
광주의 한 신협 창구에서 '금융도우미' 일을 하고 있는 이기철씨가 손님들의 대기번호표 발급을 돕고 있다.2022.11.16/뉴스1 © News1

80세를 훌쩍 넘긴 나이지만 그의 얼굴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는 나이는 60대 후반 정도다.

나이가 들면 자연적인 현상으로 약간 굽어지는 허리 역시 그의 모습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안경을 착용하지 않았는데도 은행창구를 찾는 노인들의 서류 작성 등을 돕는 데 전혀 불편이 없다.

권혁달 광주문화신협 운암지점장은 "점포를 찾는 분들이 주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이들과의 공감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80대 중반을 향하는 이기철 어르신이 은행에 고용돼 젊은이 못지않게 일할 수 있는 배경은 뭘까.

여기에는 규칙적인 생활과 체력관리, 꾸준히 공부하는 성실함이 밑바탕이 됐다.

33년 경찰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지난 1998년 퇴직한 그는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는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해오고 있다.

오랜 경찰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다져온 규칙적인 생활습관은 퇴직 20여년이 지나고 8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초겨울에 접어든 요즘 일상 역시 오전 7시 일어나 아침식사를 한 뒤 아파트 인근의 대학에 자리한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2시간여 동안 운동을 한다.

이기철씨가 열성 배구팬인 부인 김이례씨와 함께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여자프로배구를 관전하며 여가를 즐기고 있다. © News1
이기철씨가 열성 배구팬인 부인 김이례씨와 함께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여자프로배구를 관전하며 여가를 즐기고 있다. © News1

이후 점심식사를 마친 뒤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직장에 출근하고, 퇴근 뒤에는 저녁식사 후 인근 도서관을 찾아 2시간 동안 독서를 한다. 오후 10시 취침시간 역시 철저히 지키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줄어드는 걸 방지하기 위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역시 체력관리다.

"한때는 손주들이 '무등산 다람쥐'라고 부러줄 정도로 산을 뛰어다녔는데"라면서 옅은 웃음을 짓는 이기철 어르신. 하지만 발목 인공관절수술 뒤 좋아하는 등산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 자전거를 타고 피트니스를 하는 것으로 떨어지는 체력을 보완하고 있다.

은행창구에서 여러 사람들과 만나는 직업 특성상 시사상식 등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꾸준히 뉴스를 챙기고 매일 도서관을 찾아 공부하는 것 역시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강법이다.

그는 매일 집 근처에 자리한 무등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고 보름에 2권 정도의 책도 빌려 읽고 있다. 그는 "한 달이면 최소 4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생활을 통한 건강한 몸관리, 책읽기를 통한 건강한 정신, 항상 감사하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결합하면서 '실버청년' 이기철 어르신의 매일매일에는 활기가 넘쳐 보인다.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에는 "90세까지는 넉넉할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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