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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운영 ILO 협약 위반, 제도 폐지돼야"…헌법소원도 진행

[현대판공노비]④ 전순표 사회복무요원노조 위원장 인터뷰
헌법소원, ILO 문제 제기 등 진행…노동환경 개선 투쟁도 병행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22-08-11 05:00 송고 | 2022-08-11 09:00 최종수정
편집자주 '군대보다 편하지 않으냐’
사회복무요원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질병이나 심신장애로 정상적인 군복무가 힘든 이들이 사회복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대신한다. 이들은 21개월 동안 '사복 입은 이등병'으로 살아가면서 공공 서비스의 말단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는 한국의 사회복무요원 제도에 대해 '강제노동'이라며 폐지를 권고한다. 자신들을 ‘현대판 공노비’라고 정의하며 노동조합 설립을 통해 부당한 현실 알리기에 나섰다. <뉴스1>은 사회복무요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파헤쳐 보고 존치의 필요성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전순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6월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2.6.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순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6월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2.6.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현대판 노예제도, 사회복무제도 즉각 폐지하라"

지난 4월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 모인 한 무리의 청년들은 대한민국 병무청의 마스코트 캐릭터 '굳건이'가 그려진 현수막을 불태우며 이처럼 외쳤다. 이들은 전국 각 시설에서 근무 중인 사회복무요원들이었다.
'굳건이 화형식'은 지난 3월 결성된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의 첫 집단행동이었다. 이들은 사회복무제도 폐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과 시위 등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전순표 사회복무요원노조 위원장과 전화·대면 방식으로 여러 차례 인터뷰 진행해 노조를 결성한 배경과 사회복무제도가 폐지돼야 하는 이유를 들었다. 

전 위원장은 노조를 결성해 제도 폐지 운동에 나선 이유에 대해 사회복무제도가 '강제노동'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29호를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ILO는 기본적으로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는데 '전적으로 군사적인 목적 성격의 작업에 대해 의무 병역법에 따라 가용되는 노동 또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강제노동으로 보지 않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전 위원장은 사회복무요원은 군사적 목적 업무를 보지 않기 때문에 예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소집된 전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소원으로 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노조를 만들었다. 노조 명의로만 ILO 진정을 제기할 수 있어서다. 

앞서 정부는 29호 협약의 국내 시행에 앞서 4급 보충역에게 현역 입대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병역법을 개정했다. 사회복무요원 근무 대상자에게도 '현역'으로 근무할 선택권을 제공했기 때문에 강요에 의한 복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신체적인 이유 등으로 정상적인 현역 근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아 보충역으로 분류가 된 것인데 현역으로 근무할 선택지를 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조치가 단지 현재의 문제를 피해 가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 위원장은 한국의 사회복무제도가 ILO 협약을 위반함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가 없는 부당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대만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했지만 징병제가 폐지되면서 이런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뿐"이라며 "북한에서도 군사적으로 동원하면 했지 이런 식의 제도를 운영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뉴스1의 문의에 병무청은 "해외 사회복무요원 관련 제도 운영사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답했다.

전순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위원장과 이동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대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2.6.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순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위원장과 이동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대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2.6.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에 더해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공언한 '병사 월급 인상' 공약이 실현되면 사회복무제도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사병 월급이 급격하게 인상되면 저희 인건비도 같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현재 복지시설 등에서 저임금 노동자원으로 사회복무요원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돈을 많이 줘야 하면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사회복무요원의 월급은 병장 기준(15개월 이상 근무) 67만6100원이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병장 기준 병사 월급을 150만원까지 올리고 자산 형성 프로그램인 정부지원금 55만원을 지급해 205만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전 위원장은 사회복무요원의 임금은 복무기관별로 예산편성을 해서 지급하고 있는데 사회복지시설 등의 경우 200만원이 넘는 급여를 주고 전문지식이 없는 사회복무요원을 배치받아 사용하는 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사회복무제도의 폐지를 궁극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지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차적으로 사회복무요원들이 겪고 있는 여러 노동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복무요원들은 '현역 복무를 피해 쉬운 일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실상 '저임금에 부려 먹을 수 있는 노동력'으로 취급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근무지에서 최하급자의 역할에 놓여 있기에 궂은일을 도맡아 해야 하고 폭언과 폭력, 갑질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 사회복무요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특히 사회복무요원들이 근무지에서 개인정보 관련 업무 등 권한 이외에 일을 위법적으로 맡아서 하거나 신체적·정신적 문제로 현역 복무에서 제외됐음에도 고강도의 반복 노동으로 병이 악화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실제 노조가 조합원 등 사회복무요원 복무자 119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22%는 복무 중 경고장 발급이나 연장 복무를 빌미로 직원들에게 협박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복무 중 모욕적인 언사나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31%에 달했다. 권한 밖 업무를 하거나 상급자로부터 사적 지시를 받았다는 사례도 줄을 이었다.

노조는 노동 환경의 부당함 등을 호소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공론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앞으로 법내 노조가 된다면 병무청과 단체 교섭을 통해 노동환경 개선을 요청할 것"이라며 "그전에도 법외 노조 차원에서라도 병무청 지침 개선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정도의 활동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는 고용노동부가 '노동자 아님'을 이유로 설립 필증을 발급하지 않으면서 법외노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전 위원장은 행정소송 등을 통해 법내 노조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법적 다툼을 진행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사회복무제도 폐지 운동에 가장 큰 어려움은 현역 복무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사회복무요원들의 문제 제기를 '투정'으로만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라고 호소한다. 그는 앞으로 자신들을 비난하는 시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노조의 일이라고 전했다.

전 위원장은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20대의 전반적인 인권 향상을 위한 것"이라며 "현역병과 사회복무요원들을 비교하면서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 전반적인 인권 수준을 낮추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군인들의 저임금 문제라든지 군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저희 제도를 폐지를 요구하면서 남는 예산으로 현역병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전액 지원하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국가의 무분별한 징병에 대한 문제점은 모두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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