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여당 공약발굴 도운 부처 색출' 검찰 행보에 관가 "정치보복"

과거 대선 때도 공약자료 제공은 관례…'검찰 건수찾기' 비판
"이런 검찰 수사공문 30년간 본적 없어" 정치보복 시각 팽배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2022-06-15 16:42 송고 | 2022-06-18 17:52 최종수정
서울중앙지검 모습. 2022.6.3/뉴스1 © News1 
서울중앙지검 모습. 2022.6.3/뉴스1 © News1 
 
검찰이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여당의 공약 발굴에 관여한 정부 부처를 찾아 나서자 관가에선 정권 교체기마다 벌어지는 '정치보복의 재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선 때마다 여당에 공약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관례였던 점을 비춰봤을 때 검찰의 수사는 지나치다는 판단이 깔렸다. 검찰의 정치보복은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가라지 않고 정권 초기 행해진 만큼 또다시 '건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5일 관가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12일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특정 정당 소속의 국회 전문위원 또는 정당 관계자로부터 20대 대선 관련 공약자료 제공을 요청받는 사실이 있는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성가족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일부 부처 차관이 여당(당시 민주당)의 대선공약 발굴에 관여한 혐의로 논란이 일었는데, 검찰이 두 부처 외에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모든 부처를 상대로 관련 사례를 찾고 있는 것이다.

중앙지검은 공문 서두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여가부 공무원들의 선거개입 의혹 등 공직선거법위반 사건과 관련해 수사협조를 요청 드린다"고 적었다. 
서울중앙지검이 정부 부처에 보낸 수사협조 공문 일부분 캡처. © 뉴스1
서울중앙지검이 정부 부처에 보낸 수사협조 공문 일부분 캡처. © 뉴스1
 
앞서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1월 민주당 측 요청으로 공약 초안을 짜는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선 당시 여가부 차관, 박진규 당시 산업부 차관을 각각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각 부서에 공약개발 자료를 만들게 하는 등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박 차관도 직원에게 '대선후보들이 공약으로 수용할 만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의혹을 받고 있다.

이후 검찰은 두 차관을 비롯해 관련 공무원을 소환 조사했고, 지난 14일에도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과 김 전 차관을 모두 불러 공약 작성을 위한 회의 지시나 이에 대한 구체적 보고를 받았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모든 부처에 협조 공문을 보내 수사를 확대하는 것은 여가부·산업부 외에 다른 부처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을 거라는 판단과 함께 이를 선거법 위반으로 보고 공직자들의 선거개입을 엄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맞춰 식당가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스1DB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맞춰 식당가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스1DB
 
전례없는 검찰 수사협조 공문이 정부 주요 부처에 퍼지자 관가는 발칵 뒤집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던 검찰의 '정치보복' 재현이라는 시각과 검찰 출신 대통령 배출에 따른 '검찰주의' 서막이 열렸다는 비평을 내놓고 있다.

경제부처 한 공무원은 "30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이런 공문은 처음 본다"라며 "대선 과정에서 여당에 공약과 관련한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게 관례였고 당연시했는데 이제와서 문제삼는 것은 일종의 '건수 찾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3월에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문재인정부에서 생산한 문서를 파기하지 말라는 공문을 각 부처에 보냈고, 최근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백운규 전 장관에 영장을 청구하는 등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검찰의 사정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때마다 여당에 공약자료를 제공하거나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임기가 남았더라도 산하기관장이 자리에 물러나주는 것이 관례였던 점을 고려하면 검찰의 '편향적인 국정 운영과 자기편 챙기기 인사에 대한 단죄'라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전방위 수사는 납득할 수 없다는 게 관가의 분위기다.

사회부처의 한 공무원은 "적극적으로 일하면 직권남용에, 소극적으로 하면 직무유기 시비에 휘말리는 게 관료사회의 현실인데, 잘못한 일이 있으면 잘잘못을 가리는 게 당연하지만 최근 공직사회를 향한 전방위 수사가 정권 교체 후 정치보복을 위한 전 정부의 고위공직자를 처벌하는 악용 사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jepoo@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