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 1호기 앞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3.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UAE의 실질적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의 사저를 방문해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후 6시15분부터 1시간 가량 모하메드 왕세제의 사저인 ‘바다궁’을 방문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아랍국가에선 아주 가까운 지인이나 친지들조차 가족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왕세제가 문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 내외가 사저 앞에 도착하자 왕세제와 그 가족들은 현관에서 대기하다 차에서 내리는 문대통령 부부를 환대했다. 왕세제는 자신의 세 딸과 손주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친교시간에는 왕세제의 딸들이 직접 커피포트를 들고 커피를 대접하거나 쟁반에 주스를 담아와 직접 대접했다. 외부인으로는 모하메드 왕세제의 측근인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유일하게 배석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친교시간에 "UAE에게 한국은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 있다. 언론과 SNS에서 아무리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우리의 관계는 공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이 왕세제의 배려로 사막체험을 하면서 구경한 사냥개와 매를 이용한 사냥이 박진감이 넘쳤다고 하자, "UAE가 한국보다 나은 것은 매사냥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매사냥을 도울 테니 한국은 해수담수화와 사막에서의 농업개발 방법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은 물이 풍부한 나라인데도 일찍부터 해수담수화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그건 한국에 섬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섬들은 빗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찍부터 해수담수화작업을 개발해왔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농업도 한국에서는 자연 상태로도 잘 할 수 있지만 농업노동력을 절약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발전시켜왔다. 비닐하우스는 겨울철에는 보온 능력을 키우고 여름철에는 수분의 증발을 막아 적은 물로도 농사가 가능해진다"면서 "비닐하우스의 내부습도와 온도를 자동화하는 기술이 발전해있는데 그런 기술이 사막에도 유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모하메드 왕세제는 "맞다. 말할 필요도 없이 물은 중요하다. UAE는 40년 전부터 해수의 담수화시설을 이용해 음용수를 제공해왔다"면서 "50년 후면 아라비아 6개국에 2억4000만명이 거주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가 되면 석유와 가스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고 하천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물을 제공하려면 해수담수화밖에 길이 없다"고 해수담수화와 대체에너지 분야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알라가 모든 것을 다주진 않는 것 같다. UAE에게는 석유를 줬지만 물은 주지 않았다. 한국에게는 아름다운 자연을 줬지만 석유는 한 방울도 나지 않는다"며 "부족한 것을 극복해내는 것은 지도자의 리더십과 국민의 열정과 노력이다. 양국관계를 잘 살려낸다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모하메드 왕세제는 "신이 주신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언제나 신이 주는 것에는 긍정적인 것이 많다"며 "신은 우리 두 나라를 만나게 해줬고 동맹에 가까운 친구사이로 만들어줬다. 우리의 관계는 더 발전하리라 본다. 지리적 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현지시간)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 완료행사에 앞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3.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모하메드 왕세제는 '왕세제가 베풀어준 최고의 환대에 감사드린다. 이건 저 개인에게 주는 환대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 주는 환대'라는 문 대통령의 사의에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라는 이름의 좋은 친구를 얻은 것이고, 한국은 UAE라는 이름의 동맹을 갖게 된 것이다. UAE는 항상 한국 옆에서 한국 편을 들 것이다. 계속해서 한국의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와 왕세제 두 사람의 개인적인 친구관계 뿐 아니라 두 나라가 아주 친한 친구가 돼 미래를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조금도 제 의견과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저나 UAE는 운이 좋다"고 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곧 한국에서 뵙기를 바란다. 갈 때는 딸들과 손자들을 데리고 갈 것"이라며 "우리 딸들이 돈을 많이 써서 한국경제 상황이 좋아질 것이다. 물론 그 돈은 제 카드에서 나오는 것이고 내가 사인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는 많이 울 것"이라고 웃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 손님을 정성껏 모시는 것은 UAE 못지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가급적 빠른 시기에 방한해 달라"고 거듭 방한을 요청했고, 모하메드 왕세제는 "그리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제의 배려로 바라카 원전 방문 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부다비에서 내륙 쪽으로 170㎞ 떨어진 리조트 시설인 신기루성 근처의 사막을 2시간가량 체험했다.

사막체험은 당초 계획에 없었으나 전날 정상회담에서 문대통령이 사막을 가고 싶다고 말을 하자, 모하메드 왕세제가 26일 밤 헬기 두 대와 차량 수십여 대, 그리고 이용할 수 있는 신기루성 등을 내줘 이뤄졌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5분 가량 뜨거운 모래걷기를 체험하고, 매사냥과 사냥개 사냥을 구경했다. 문 대통령은 매사냥을 구경한 뒤 "내 팔 위에 매를 직접 앉혀보고 싶다"고 자청해 매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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