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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백진희 "데뷔한 지 벌써 10년, 잘 버텨와 감사"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018-02-04 08:55 송고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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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종영한 KBS 2TV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 비서들'(극본 조용, 연출 김정현, 이하 '저글러스')에서 유독 빛이 나는 인물은 비서 좌윤이였다. 백진희는 대기업 입사 5년 차 비서 좌윤이의 녹록지 않은 직장 생활을 짠내 나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또한 보스 최다니엘(남치원 역)과의 판타지 넘치는 로맨스까지 그려내며 첫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저글러스'는 배우 백진희의 색다른 면모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백진희에게도 '저글러스'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를 처음으로 해볼 수 있었던 데다,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찾아준 덕분이다. 물론 시작하기 전에는 불안함이 있었다. 본인이 초반에 극을 이끌어가야 했고, 쟁쟁한 경쟁작들이 신경 쓰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백진희는 캐릭터를 철저히 공부해 이를 극에 녹여냈고 덕분에 월화극 1위라는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다. 백진희는 시즌 2를 기대할 정도로 '저글러스'를 애정했다.
백진희가 이렇게까지 노력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하나의 드라마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수반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책임감이 점점 커졌고, 본인으로 인해 작품에 피해가 가는 상황이 싫었다고. 이런 깨달음은 철저한 준비와 노력으로 이어졌고, 백진희는 작품 안팎에서 모두 빛날 수 있었다.

어느덧 백진희도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 동안 백진희는 십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원하는 것을 하고 싶어 문을 두드렸으나 선택받지 못한 적도 있고, 작품을 했으나 좋지 못한 결과를 얻기도 했다. 그간의 일을 회상한 백진희는 10년 동안 열심히 살았고 그 시간들을 잘 버텨냈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또한 수많은 일을 겪으며 연기에 대한 마음이 더 절실해졌다고. 한층 성숙해진 배우 백진희를 최근 뉴스1이 만났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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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에 이어)

Q.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그런 역할이 잘 어울리는 듯하다.
"'하이킥', '반두비' 등에서 그런 캐릭터를 했다.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도 인지도를 얻기 전을 떠올리면 '88만원 세대'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와 닿아서 공감할 수 있었다."

Q. '하이킥'으로 '88만원세대'라는 이미지가 잡히다 보니 아직 불쌍하고 가여운 캐릭터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쉽진 않나.

"'하이킥'은 내게 너무 고마운 작품이다. 아쉽다고 생각하면 오만한 게 아닐까. 내게 '하이킥'이 없었으면 그다음 작품도 없었을 거고, 지금의 내가 없었을 거다. 또 김병욱 감독님께 너무 감사한 게 내가 힘들 때마다 전화나 문자를 하면 '아직 너한테 맞는 캐릭터를 못 만난 거야. 만나면 진짜 빛 볼 거야'라고 위로를 해주셨다. 나한테는 너무 감사하고 은혜를 갚아야 하는 분이고, '하이킥'도 잊지 않아야 하는 작품이다. 대표작이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이 마음으로 다른 작품에 도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Q. 영화에 출연할 생각은 없는지.

"'무서운 이야기' 이후 영화를 하지 않은지 4~5년 정도 됐다.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스크린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캐릭터가 좋다면 크지 않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

Q. 어느덧 데뷔한 지 10년이 됐다. 그동안 연기 인생을 돌아보면 어떤가.

"'벌써 10년인가' 싶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돌이켜보면 정말 열심히 살았고, 많이 불안해했고, 많이 흔들리기도 했다. 힘들어했던 시간도 있었고, 좋았던 시간도 많았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시간들을 잘 버텨왔기에 좋은 작품들을 만나서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Q. 필모그래피가 탄탄한데 그렇게까지 절실함을 느낀 이유가 뭘까.

"쉬는 동안 잊히고, 작품에 선택받지 못하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문을 두드렸는데 결국 다른 사람이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고, 들어오는 작품도 별로 없었다. 그런 현실적인 피드백을 피부로 느꼈다. 오래 쉬다 보면 작은 것도 크게 느껴지지 않나. 내 나이대 활동하는 배우들이 빛을 내고 있을 때 부러워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욕심이 많다.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고 본다.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관계자들이 보면 열심히 하는지 안 하는지가 들통나니까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 번 기회를 줬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두 번은 없는 거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예전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다."

Q. 슬럼프에 빠졌을 때 주변에서 조언을 해준 사람들이 있나.

"내가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다행이다. '오만과 편견' 이현주 작가님과 아직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멘토 같다. 작가님께 고민을 털어놓으면 좋은 답도 해주고 위로도 많이 해주신다. 배우는 결이 있어야 하는데 그 결을 다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라는 조언도 해주셨다."

"내가 '오만과 편견'을 하며 많이 배웠다. 특히 준비가 안됐을 때 주인공에 함부로 도전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이 작품을 위해서 작가님은 몇 년을 공을 들여 글을 쓰고 편성을 받고, 이 드라마가 방송될 때까지 많은 분들이 고생을 하시는데 주인공이 캐릭터를 잘 표현하지 못하면 드라마가 무너진다. 나 하나로 인해 100여 명이 피해를 보는 거다. 책임감이 커졌다. 전문직도 함부로 하면 안 되고 공부와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나.

"다른 배우들과 다른 이야기로 로맨틱 코미디를 한 번 더 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번에 너무 재밌게 촬영을 하고 많이 배워서, 또 다른 작품을 하면 더 디테일하게 채워 넣으면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어두운 작품보다는 따뜻한 드라마를 하고 싶다."

Q.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좋은 작품을 만나서 잘 해내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는 것 같다. 또 건강하게 평범하게 하루하루 지내는 게 가장 행복하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breeze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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