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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와인 다음 세기 보기 어렵다"…기후변화에 와인산업도 직격탄

프랑스 농업식량환경연구소 논문…"現 와인산지 90% 금세기내 소멸"
기온에 민감한 포도, 온난화 취약…”영국·중국 등 고위도서 재배할듯”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2024-03-31 08:02 송고
2023년 11월 프랑스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손님이 와인을 따르는 모습.. 2023.11.16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2023년 11월 프랑스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손님이 와인을 따르는 모습.. 2023.11.16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기후 변화에 와인 산업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 와인 산지 열곳 중 아홉곳이 금세기 내로 소멸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다. 프랑스 남부 보르도 지방의 고급 와인은 영영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대신 영국이나 중국과 같은 고위도 지역이 새로운 와인 산지로 부상할 수도 있다.

프랑스 농업식량환경연구소(INRAE) 연구진은 26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에 와인 생산지인 프랑스 남부,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은 76년 후인 금세기 말까지 이들 지역의 약 90%가 와인 생산에 부적합한 지역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와인에 쓰이는 포도는 기후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포도가 숙성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따뜻하되 너무 뜨거워선 안 된다. 습도가 높으면 병충해와 곰팡이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적당히 건조해야 한다. 현재 와인 산지가 중위도(위도 30~60도)에 몰려 있는 이유다. 이 외에도 강수량과 이산화탄소 농도 등 자연환경(떼루아·terroir)이 산지별 와인맛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지구 평균기온이 지금처럼 상승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오를 경우 전통의 와인 산지는 더 이상 와인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는 게 연구진이 내린 결론이다. 전 세계 72곳의 와인 산지를 대상으로 평균기온 2도 이상 상승 시 와인 생산 부적합 지역으로 바뀔 가능성을 조사해 봤더니 모두 64곳이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으며 지속 생산이 가능한 지역은 8곳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지금도 포도가 이전보다 빠르게 익고 있어 수확 시기가 40년 전보다 2~3주가량 앞당겨졌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구 온난화는 포도의 과숙을 부추기고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데다 미생물 변질 위험을 증가시켜 와인 품질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구진은 보르도 등 전통의 와인 산지조차 알코올 도수가 올라가는 경향이 발견됐다며 이들 지역이 앞으로도 명맥을 유지하려면 고온에도 과실 숙성이 지연되는 포도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지구 온난화로 뜻밖의 혜택을 보는 지역도 있다. 연구진은 프랑스 북부, 미국 워싱턴·오리건주(州),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호주 태즈메이니아섬, 영국 남부, 중국 내륙 등 기존 와인 산지가 아니었던 지역이 생산에 적합한 기후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구 온난화로 새로운 해충과 질병이 출현하고 폭우와 우박, 가뭄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 지역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

2019년 9월 프랑스 남부 보르도 인근 페삭의 포도밭에 와인용 포도가 수확되는 모습. 2019.09.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2019년 9월 프랑스 남부 보르도 인근 페삭의 포도밭에 와인용 포도가 수확되는 모습. 2019.09.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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