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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 영아 마약 때문에 사망…5년간 마약류 사망 확인 사례만 '175명'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마이크로데이터 158만건 분석[일상된 마약]⑨
美 CDC 기준 차용…과소 추계 가능성 높아, 국내 공식 통계 없어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유민주 기자 | 2024-03-19 07:00 송고 | 2024-03-19 08:37 최종수정
편집자주 지난해 단속된 마약류 사범이 2만명을 넘겼다. 유흥거리로 마약류를 접하고 있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된 결과다. 그러나 마약이 주는 유희의 끝에는 결국 고통만이 남는다. 뉴스1은 일상 속으로 파고든 마약의 심각성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을 이어가고 있다. 그 두번째로 마약 중독이 주는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취재했다. 경각심 없이 손을 댄 마약은 개인의 삶을 무너뜨리고 죽음으로까지 몰아갔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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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최근 5년간(2018~2023) 200명 가까운 이들이 마약류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마약류 사범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마약류 중독에 의한 사망자 통계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은 없었다. 

<뉴스1>이 국내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마이크로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남용 사망자를 추려낸 결과 최소 175명이 '마약류'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약물 중독자 사망자 집계 방식을 차용해 마약류 중독을 의미하는 특정 질병코드를 활용했다. 

◇5년간 175명 마약류 중독 사망 확인…10세 미만도 2명

지난 5년 사이 158만 9497건의 사망자 개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소 175명이 '마약류'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눈에 띄는 것은 우선 사망자 숫자가 5년 사이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2018년 23명이었던 사망자는 이듬해 17명으로 한차례 줄어든 이후 줄 곳 증가했고 2022년에는 52명을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3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 38명, 50대 37명, 20대 28명, 60대17명, 70대이상 7명 순이었다. 10대 이하도 사망자가 7명 있었다.

특히 2018년 10월 12일 울산에서 1세 남아가 주택 내에서 '기타 합성마약'에 중독돼 의료기관으로 옮겨진 뒤 사망한 사례가 확인됐다. 또 2020년 9월 22일에는 전라북도에서 8세 여아가 주택 내에서 '아편'에 중독돼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두 어린이의 죽음은 데이터의 기록만으로는 그 경위를 자세히 알 수 없다. <마약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의 저자인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장은 실수나 우연으로 마약류를 복용하게 돼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양 과장은 "의학적인 치료(수술, 시술) 중에 발생한 사망은 중독 코드를 잡지 않는다"며 이번 통계에서 잡힌 죽음들이 마약류 의약품으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경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는 보육원 내에서 어린이 4명이 펜타닐에 중독돼 1세 영아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사 결과 어린이집 원장 등이 공모해 어린이집 바닥 아래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대량 보관하고 있던 것이 확인됐다. 

사망자를 직업별로 보면 '학생, 가사, 무직'으로 잡힌 숫자가 1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사망자들의 연령과 최종 학력 등을 고려했을 때 '학생'일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이는 13명 정도였다. 

이어 지역별로 보면 서울(48명)과 경기(40명)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부산(17명), 경남(12명), 대구(11명), 인천(11명) 순으로 사망자가 많았다. 

◇통계 과소 추계 가능성 높아…공식 통계는 아직 없어

사망원인통계는 통계청에서 인구동향조사를 통해 인수된 사망신고서와 사망진단서를 기초로 작성된다. 비교적 정확하게 사망원인에 대해서 알 수 있지만 마약류 남용의 경우 그 특성상 통계에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약류 중독자가 의료기관으로 옮겨지지 않고 자택 등 외부에서 숨질 경우 약물 투약 여부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질병코드가 잡히지 않을 수 있다. 또 의료기관에서 사망하는 경우에도 부검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확한 사용 약물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부검을 한다고 해도 의료시스템에는 사망원인이 마약류 중독으로 잡히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마약류 검증 백서'를 집필한 김선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연구소장은 "의료시스템에는 사망 후 부검을 한 것은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라며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마약류 검증 백서에는 2022년 한해 부검결과 '마약류 중독이 직접적인 사인'이 된 사례가 61건으로 집계됐다. 질병코드로 집계한 52건보다 9건 많았다. 실제 마약 중독으로 사망한 사례가 질병코드 집계보다 더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더불어 김 소장은 "병원에서 사망을 했을 때 다행히 중독원인 물질을 알면 (코드가) 잡힐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 안 가고 죽는 사람이 더 많고 병원에서도 다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통계가 과소 추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체적인 마약류로 한정하지 않고 전체 '약물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통계를 도출하면 더 많은 사망자가 확인된다. 미국 CDC는 지난 2022년 전체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10만9680명이 이른다고 발표했다. CDC가 집계한 방식으로 국내에서도 동일한 질병코드를 적용하면 국내에서 마약류를 포함해 수면제, 진정제, 항뇌전증제 등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이는 최근 5년(2018년~2022년)간 2336명에 이른다.

마약류 범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마약류 사용 실태와 관련된 구체적인 통계가 미비하다. 마약류 중독에 의한 사망자 숫자 또한 공식적으로 집계되거나 발표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마약류 사범이 급증하고 있어 중독 사망자 숫자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CDC에서는 기준 월을 중심으로 12개월 동안 발생한 약물 사망자 숫자를 공개하고 있다. (CDC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CDC에서는 기준 월을 중심으로 12개월 동안 발생한 약물 사망자 숫자를 공개하고 있다. (CDC 홈페이지 갈무리)

*어떻게 확인했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국제질병분류(IDC,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의 사망원인 코드 중 '원사인 코드(Underlying cause-of-death code)' X40~X44(불의의 중독 및 노출), X60~X64(자의의 중독 및 노출), X85(가해에 의한 중독 및 노출), Y10~Y14(의도 미확인의 중독 및 노출)로 집계된 사망자 수를 확인해서 전체 '약물 중독 사망자' 숫자를 계산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은 원사인 이외에 사망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원인을 '복합 사인(multiple cause-of-death)'으로 추가 표시하고 있었다. 이때 T40.0(아편), T40.1(헤로인), T40.2(천연 오피로이드 진통제), T40.3(메타돈), T40.4(메타돈 이외 합성 오피로이드 진통제), T40.5(코카인), T43.6(남용 가능성이 있는 정신자극제) 코드를 사용해 특정 마약류 사망자들의 숫자를 집계한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DC)도 IDC를 기초 만들었기에 대부분의 코드를 공유하고 있었다. 국내 통계청이 작성한 '사망원인통계' 마이크로데이터를 내려받아 사망자별 사망원인코드를 분석했다.

원사인 코드를 대입해 확인한 전체 약물 중독 사망자의 숫자는 최근 5년간 2336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 원사인 코드들은 마약류 이외에도 진통제, 수면제, 항뇌전증제 등의 약물·약제에 의한 중독도 포함하고 있었다. 그중 CDC에서 사용한 구체적인 마약류 코드를 가지고 특정 마약류 중독으로 인해 사망한 이들의 통계를 도출했다. 이렇게 5년 동안 해당코드가 적시된 175명의 죽음을 확인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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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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