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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비만 오면 섬진강 또 넘칠까 불안해서 잠을 못 자"

3년전 섬진강 범람 침수 피해 입은 주민들 걱정 한가득
추가 침수 피해 막으려면 '습지 정비 필요' 강조

(곡성=뉴스1) 전원 기자 | 2023-07-22 08:41 송고 | 2023-07-22 08:45 최종수정
21일 곡성군 고달교에서 박노식 신리마을 이장이 섬진강 습지를 가르키며 정비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7,22/뉴스1
21일 곡성군 고달교에서 박노식 신리마을 이장이 섬진강 습지를 가르키며 정비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7,22/뉴스1

"비가 많이 오면 또 섬진강이 넘칠까봐 불안해서 잠을 못자."

2020년 8월 많은 비와 함께 섬진강댐 방류로 인해 마을 전체가 침수되면서 피해를 입어야 했던 전남 곡성군 신리마을 주민들.
당시 침수로 인해 가구나 전자제품 등 살림살이를 다시 마련해야 했고, 벽지 도배 등 주택 리모델링도 했었다. 자원봉사자 도움도 있었지만 일가 친척들이 와서 집을 치우거나 정리했다.

전날 신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주말에 또 비가 내릴 예정이라는 소리에 "최근 비 내렸을 때는 다행이 문제 없이 넘어갔는데"라며 "이번에도 문제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3년 전 마을 침수가 머리 속에 깊이 남았다는 80대 할머니는 "비가 오면 불안해서 잠을 못자겠다"고 걱정했다.

이어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는 보도가 되거나 다른 지역에서 수해피해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만 나와도 전 가족이 '괜찮냐'고 전화를 주고받는다"며 "3년 전에 침수로 집이 온통 흙바닥이었고, 싹 씻어내고 정리하는데 온 가족이 엄청 고생을 했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3년 전 피해를 입었을 당시 복구 차원에서 정부 지원이 있었지만 수리비 등 명목으로 수 차례에 걸쳐 총 300만원이 지급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집 수리와 리모델링, 가전제품 구매를 위해 자녀와 친척들이 도움을 줬고, 사용금액을 파악해보니 대략 3000만~4600만원 정도가 사용됐다고 주민들은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최근 물난리를 겪은 다른 지역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그쪽도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했다.

박노식 신리마을 이장(62)은 집을 잃은 고통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박 이장은 "하우스가 불에 타서 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집이 있어서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3년 전 침수피해로 집을 잃어보니 모든 것이 힘들었다. 다시는 비로 인한 침수로 집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신리마을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섬진강 유속을 방해하는 습지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습지에 큰 나무들이 유속 흐름을 방해해 고이면서 신리 마을은 물론 다른 마을도 자주 침수가 된다는 것이다. 또 제방 위로 자전거도로가 설치된 탓에 그 높이를 더 올릴 수 없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특히 재난구역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장은 "주변에서 재난지역으로 지정돼 보상 많이 받지 않았느냐고 이야기 할 때마다 속이 답답하다"며 "빚을 내거나 가족들과 친척들이 지원해서 쓴 돈인데 매번 설명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재난구역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는 말이 매번 나오지만 침수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체계가 미흡한 것 같다"며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남에는 고흥과 여수, 강진, 장흥, 해남, 완도, 신안, 진도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비는 23일까지 광주와 전남에 30~80㎜, 많은 곳은 전남 해안을 중심으로 120㎜의 강수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됐다. 

이에 전남도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진행 중이다.

홍수통제소, 농어촌공사, 환경청과 유기적 협조 속에 도내 주요 댐과 하천의 수위 감시를 철저히 진행, 집중호우 시 상시 대응이 가능토록 준비하고 있다. 또 노후위험 저수지 관리, 농경지 배수로 사전정비, 붕괴 가능성이 있는 지방도와 교량의 사전 예찰을 강화하고 있다.

도는 산사태 취약지역 2270개소를 지정하고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 7771명이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1367개소의 지정 대피장소를 정비했다. 전남도는 산사태 우려가 있을 경우 즉시 주민을 대피시킬 방침이다.


jun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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