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급한데 진압률 제자리걸음…LA 산불 진압 힘든 이유는?
언덕 지형·대규모 산불에 수도 시스템이 수요 못 따라가
피해 면적 큰 이튼 산불 진압률 0%…팰리세이즈는 6%에 그쳐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에서 대규모 산불 진압이 지지부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으로 LA의 지형과 오래된 수도 시스템이 지목되고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지나세 퀴노세스 LA 소방서 수자원국 수석 엔지니어는 8일(현지시간) 오전 개당 약 370만 리터(L)를 담을 수 있는 소방서 물탱크 3개를 모두 소진했다고 밝혔다.
퀴노세스는 "우리는 도시의 수도 시스템으로 산불과 싸우고 있는데 이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LA 지역 관계자들은 곳곳으로 화재가 번지면서 고지대의 물탱크와 펌프 시스템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당초 시립 수도 시스템은 소방관이 한 번에 여러 개의 소화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대규모 구조물이나 주택 몇 개에 발생한 화재를 진압할 땐 안정적으로 물이 공급되지만, 마른 덤불로 뒤덮인 LA의 언덕 동네 전체를 휩쓸 땐 붕괴할 수 있다.
피해가 컸던 LA 서부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의 경우에도 산비탈 지역의 꼭대기까지 물을 공급해야 해 어려움이 더욱 컸다.
NYT는 LA 지역의 수도 시스템을 설계할 당시 이번 산불과 같은 속도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LA 수자원국의 전 총책임자이자 수석 엔지니어를 맡았던 마티 애덤스는 LA의 펌프 및 저장 시스템이 수백 가구를 태우는 화재보다 몇몇 가구만 태우는 화재를 위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애덤스는 "만일 앞으로 이러한 화재가 평범한 수준이 된다면 수도 시스템 설계를 새롭게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레이시 파크 로스앤젤레스 시의원은 이 지역의 수도 시스템에 대한 예산이 매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파크 의원은 "일부 수도는 100년보다 더 됐다"며 "도시는 성장했지만 이를 받쳐줄 인프라는 확장되거나 업그레이드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LA에서 발화된 산불 중 허스트 산불은 312헥타르를 불태우고 현재 약 37% 진압됐다. 샌타클라리타에서 발생해 140헥타르를 태운 리디아 산불은 60%, 할리우드 힐즈에서 발생해 17헥타르를 태운 선셋 산불은 완진됐다.
그러나 가장 큰 산불 2건은 진압이 거의 제자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5540헥타르를 불태운 이튼 산불은 진압률이 아직 0%이며, 가장 넓은 8084헥타르를 소실한 팰리세이즈 산불도 6%에 불과했다.
9일 밤에는 이튼 산불에서 약 19㎞ 떨어진 앤젤레스 국유림에서 크릭 산불이 발생했다. LA와 벤투라 카운티에서도 케네스 산불이 발생해 몇 시간 만에 388헥타르 이상의 면적을 태웠다. 케네스 산불의 진압률은 0%다.
위의 산불로 인해 불탄 총면적은 1만 4481헥타르로, 이는 여의도 면적(290 헥타르)의 5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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