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완전 항복' 노리는 푸틴…트럼프 발언에 힘 실리나

트럼프, 러 '우크라 나토 가입 반대'에 "공감한다"
"푸틴, 우크라 국제적으로 고립시켜 주권 없애려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보수 단체 '터닝 포인트'의 '아메리카 페스트' 행사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는 것은 내가 빨리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2024.12.2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김지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러시아가 주장하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반대에 공감을 표하면서 앞으로 휴전 협상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주장하는 휴전 필수 조건이자 안보 보장 대책인 나토 가입이 사실상 불발될 위기에 놓이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표인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항복'이 실현 가능성에 가까워졌다는 지적이다.

7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의 큰 부분은 러시아가 푸틴 이전부터 오랫동안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반대에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나토의 동진에 대한 러시아의 불안감을 "이해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지원에 회의적인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을 의식해 러시아의 점령지 반환 없이도 휴전 합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우크라이나는 안보 보장 없는 휴전은 있을 수 없다며 집단방위 조항의 적용을 위해 나토 가입을 필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러시아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러시아는 애초에 나토의 동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를 펼쳐왔기 때문이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이 중요하다면서도 미국과 독일 등 주요 나토 회원국은 확전을 우려하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이번에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러시아의 바람대로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열린 연말 기자회견서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4.12.20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러시아는 이에 힘입어 단순한 휴전을 넘어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항복'을 이끌려내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르히 쿠잔 우크라이나 안보협력센터 의장은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기고문에서 러시아가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 포기 △중립화 △비무장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게 할 의도로 고안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나토를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자신의 팽창주의적 야망의 장애물로 보고 있다"라며 "러시아가 추진하는 평화 공식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완전히 지우려는 푸틴의 계획을 위한 준비 단계다"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서방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고 러시아의 추가 침략을 억제할 수 있는 안보 공식을 내놓지 않는다면 유럽은 러시아와 수년 간의 값비싼 갈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로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해 왔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전쟁을 얼마나 빨리 끝낼 수 있을 것 같은지 묻는 말에 "6개월 정도 걸리길 바란다. 아니, 6개월보다 더 이전이길 바란다"고 말하며 한발 물러섰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