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포크 전설 '피터 폴 앤 메리'의 피터 야로우 별세…향년 86세[피플in포커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워싱턴 대행진서 부른 노래, 시민 찬가로 등극
일평생 평등·평화·환경 위해 싸워…"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아티스트"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1960년대를 풍미한 선구적 포크송 트리오 '피터 폴 앤 메리'의 보컬 겸 작곡가 피터 야로우가 7일(현지시간) 별이 됐다. 향년 86세.
로이터통신은 홍보 담당자 켄 선샤인의 성명을 인용해 야로우가 이날 오전,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졌다고 보도했다. 야로우는 지난 4년간 방광암과 싸워 왔다.
야로우의 딸 베서니는 아버지의 대표곡 '퍼프 더 매직 드래곤'(Puff the Magic Dragon)을 따서 "우리의 용감한 용은 지쳤고, 그의 웅장한 인생의 마지막 장에 들어섰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는 피터 야로우를 상징적인 민중 운동가로 알고 있지만, 전설 뒤에 숨겨진, 한 명의 인간으로서 야로우는 그가 쓴 가사처럼 관대하고 창의적이며 열정적이고 유쾌하고 현명했다"고 추모했다.
야로우는 노엘 폴 스투키, 메리 트래버스와 함께 그룹을 결성하고 1962년, 첫 앨범인 '피터, 폴 앤 메리'를 냈다.
진보적 정치 활동으로도 유명했던 이들은 1963년 8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워싱턴 대행진에 참여했다. 이때 링컨 기념관 계단에서 밥 딜런의 노래 '블로잉 인더 윈드'(Blowin' in the Wind)등극했다.
이 외에 히트곡은 야로우가 작곡에 참여한 '퍼프 더 매직 드래곤'과 '데이 이즈 던'(Day Is Done) '더 그레이트 만다라'(The Great Mandala) 등이 있다.
두 곡 모두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더 그레이트 만다라'를 통해서는 베트남전쟁 당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아들에게 바친 '데이 이즈 던'을 통해서는 다가올 세대가 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의 마음을 담았다. 이 곡은 '퍼프 더 매직 드래곤'과 함께 동요로 쓰였으며 동화책으로도 출간됐다. 퍼프 더 매직 드래곤은 1978년 TV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제작됐으며 2009년에는 아이돌 슈퍼주니어가 리메이크 곡을 냈다.
피터 폴 앤 메리는 전성기 시절 빌보드 탑 40에 12번이나 진입했으며, 그중 6곡은 탑 10에 올랐다. 존 덴버의 '리빈 온 어 제트 플레인'을 리메이크한 곡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앨범 중 5개가 빌보드 탑 10에 들었고 2차례 1위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야로우는 1938년 5월 31일 뉴욕 맨해튼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유대인 이민자 버나드와 베라 야로우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버나드는 변호사 출신으로, 뉴욕 지방 검사 보좌관을 지냈다.
부모님은 그가 5살 때 이혼했으며, 유년 시절 유대교적인 집안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이는 그의 삶 전반에 영감을 줬다.
야로우는 예술고에서 그림을 전공했으며, 코넬 대학에 진학해 민속 문학 과정을 수료한 후 노래를 시작했다. 졸업 후 그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음악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뉴욕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트리오가 구성된 것은 1961년, 워너 브라더스 레코드와 계약하면서다.
이 트리오는 리빈 온 어 제트 플레인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은 후 몇 달 되지 낳아 해체를 발표하고 솔로 활동을 이어갔다. (단 1972년과 1978년, 자선 콘서트를 위해 일시적으로 재결합했다가 1978년 이후 메리가 죽을 때까지 함께 공연했다)
야로우는 노래를 통해 일평생 평등권·평화·환경·성평등·노숙자·호스피스 케어·공영 방송·교육 등 사회 변화와 다양한 대의를 위해 싸웠다. 2000년에는 따돌림에 맞서는 비영리 단체 '오퍼레이션 리스펙트' 출범에 기여했다.
하지만 1969년, 그의 여동생과 함께 그의 대기실에 사인을 구하러 온 14세 소녀에게 성적으로 접근했다는 혐의로 1~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인생의 모순도 있었다. 그는 혐의를 인정했다.
아울러 같은 해 민주당 대선 후보 유진 매카시의 조카 메리베스 매카시와 결혼했다. 이들은 이혼을 거쳐 2022년 재혼했다. 가족으로는 아들 크리스토퍼와 딸 베서니, 손녀가 있다.
한편 두 멤버를 먼저 떠나보낸 폴은 야로우를 "음악적 동생"으로 부르며 "창의적이고 자발적이며 억누를 수 없는" 아티스트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서 세상을 떠난 두 멤버를 "깊이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realkw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